다임러 하이브리드카에 공급 계약 임박… 내달 중국서 새 전기차 모델 생산
SK이노베이션이 다임러에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삼성SDI에 이어 SK이노베이션까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실적을 거두면서 '한국=배터리 강국'의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그룹이 개발 중인 차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2개 모델에 리튬이온 2차전지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으며, 세부 조율만 마무리하면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크라이슬러, 미쓰비시자동차 등 다수의 완성차 자회사·관계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이후 추가 계약 가능성도 엿보인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지난 4월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된 기아자동차 쏘울EV에 배터리를 탑재한 이후 가뭄의 단비처럼 귀중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낭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월경 중국에서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과 손잡고 합작법인인 베이징 베스크테크놀로지를 설립했으며,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해 하반기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수주는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파나소닉 등과 경쟁에서 이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LG화학 지금까지 GM과 르노그룹, 아우디, 현대·기아차(하이브리드차), 포드 등 20여개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고, 삼성SDI 역시 BMW와 마힌드라, 델파이 등에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글로벌시장 점유율 1위권 다툼에 나서고 있다. 파나소닉의 경우 테슬라 모델S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에도 테슬라와 합작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배터리 사업부와 기존 배터리·I/E(정보전자)소재 사업본부를 신성장 사업 개발을 전담하는 NBD(New Biz. Development)로 통합해 새로운 CIC(회사 내 회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육성에 나섰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소형 배터리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LG와 삼성의 틈바구니를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 뚫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배터리 수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배터리 안전성을 보장하는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시장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17%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재 수직계열화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삼성 사이에서 고전하던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수주로 다소간의 숨통이 트였다"며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아직 성장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B3와 네비건트리서치 등에 따르면 2018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약 13조2000억원으로,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4조6000억원으로 각각 성장할 전망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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