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감액·충전소 건설 무산… 미·일 적극 공세속 경쟁력 ‘뒷걸음’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기술을 확보한 우리나라지만, 전세계 친환경차 선도국가로서 나아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한발 앞선 기술 개발 현황과는 다르게 우리 정부의 지원과 인프라 확보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경쟁력이 빠르게 상실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에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이 한국인 최초로 OICA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다.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갈 수장이 탄생한 순간이었지만, 그에 걸맞은 선구적 정책 제시는 부재했다. 반면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자동차 생산 주요 제조국들은 이날 OICA 총회를 통해 자국의 구체적인 '친환경차 로드맵'을 공개하며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자동차협회(JAMA)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요타가 내년 1분기(1∼3월)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 판매하기 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를 4개 도시와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할 예정이다. 2016년에는 수소연료전지차를 버스 시장에 확대할 방침이며, 가솔린과 동등 혹은 이하의 수소 가격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른바 '연료전지자동차와 충전소의 보급을 위한 시나리오(수소연료전지전략 로드맵)'에 의거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설치와 운용을 규제하는 고압가스보안법, 소방법, 건축기준법 등을 검토해 보완·완화하고 있다. 아울러 상용화를 위한 초기 투자비가 높은 점을 고려해 현재까지 총 41건의 충전소 건립 보조금을 지급했고, 내년부터 소비자들에게도 약 2000만원의 차량 구입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지난 7월 결정했다.
미국도 GM·포드 등과 함께 관련 법규 및 규정, 표준화 사업 등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관련 업계와 연구소에 최근 5년 사이 매년 10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캘리포니아에만 68개의 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독일 역시 8년 내에 수소연료차 충전소 900개 설치를 목표로, 내년 100개의 충전소를 우선 설립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해 한참 뒤처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2025년까지 충전소 200개 설치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올해 35억원으로 예산 편성됐던 수소연료전지차 예산을 내년에는 15억원 감액했다.
지난해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공모해 2016년까지 137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충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마저 무산됐다.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했는데도 연구용 충전소 13곳이 전부인 상황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국감 당시 이에 대해 "(안전성 때문에) 설치지역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향후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의 성장과 동시에 특허 분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들은 이미 각자의 로드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검토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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