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ICT융합과 `문화지체 현상`](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03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ICT융합과 `문화지체 현상`")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서비스 산업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밀려오고 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기존 서비스의 편의성을 대폭 확대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ICT 혁명이 주로 온라인 영역에 그치고 있었다면, 이제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오프라인 영역에서의 스마트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콜택시 '우버'와 민박업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면 포장과 배달을 해주는 택배서비스, 전문인력 파견서비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재료를 써서 청소나 세차를 해주는 등의 서비스들이 국내외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국경도 없고 규제를 하기도 어렵다.
미국에서 성공한 서비스가 불과 한 두 달 후면 국내에 상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들은 산업분야 곳곳에서 기득권층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공정경쟁과 규제의 문제를 비롯하여 과세제도와 소비자보호 등 기존 질서와도 충돌하고 있다. 새로운 택시서비스 '우버'의 합법성을 놓고 세계 각국이 그 동안 열띤 논쟁이 벌여왔다. 어떤 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허용이 되는가 하면,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에서는 우버 서비스를 허가받지 않은 불법영업으로 보아 규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밤늦은 시간에 택시 승차거부를 한 두 번 당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택시업계를 보호하는 것만이 과연 능사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는 '네오 러다이트' 움직임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주도한 기계파괴 운동이 재연되고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구글 때문에 부동산임대료와 생활비가 너무 올랐다고 항의하며 지역주민들이 구글 직원의 통근버스 운행을 저지하는 집단행동을 보였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택시운전자들이 우버 차량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ICT에 의한 스마트혁명이 진전되고 확산될수록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의 저항이나 일시적인 혼란과 부작용이 두려워 ICT 융합화나 기술혁신이 지체된다면, 그로 인한 손실과 잠재 리스크는 몇 백배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헬스케어, 모바일금융, 스마트카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영역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선진 각국이 차세대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원격의료 사업이 국내에서는 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시범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주도하는 금융과 ICT의 융합에 의한 이른바 '핀테크(Fintech)'의 폭풍이 기존의 금융산업의 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기세이지만 국내 금융업계의 대응은 별로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오랜 관행의 포괄적 수사권에 대항하는 카카오톡 사이버검열 거부 문제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해 인터넷 분야의 후속 혁신들이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현 상황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수 세기 전 산업혁명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를 여는 시대적 흐름이었듯이 이제 ICT 기술과 기존 산업과의 융합은 오늘날 지식정보 사회의 우리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세적 흐름이다. 기술혁신의 수용을 가로막는 사회적·문화적 지체 현상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 코닥이나 노키아가 스스로 개발했던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혁신에 실패해 도태된 사례 역시 사내문화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ICT 융합화와 기술혁신에 대한 문화지체 현상이 계속 되지 않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김창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