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레이더센서·GPS 결합 사람 나타나자 50㎝ 앞에서 ‘스톱’
■ 스타트C 코리아
(5) '융합혁명'으로 꿈꾸는 미래의 자동차
지난 4일 방문한 대전 유성구 KAIST. 캠퍼스 한가운데에는 지붕 위에 원통형 센서가 달려 있는 노란색 준중형 자동차가 서 있었다. 시동을 걸자 원통형 센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운전석에 탑승한 운전자가 주행 도중 핸들과 브레이크에서 손과 발을 뗐지만 자동차는 도로의 차선을 따라 능숙하게 주행했다.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아도 도로를 자연스럽게 주행하다가 차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자 이를 인지하고 50㎝ 앞에서 자동으로 멈춰섰다.
이 자동차는 KAIST 융복합기반필드로보틱스연구센터 심현철 교수팀이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다. 심 교수는 무인기 개발 경험과 자동차 회사 연구소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를 연구해오고 있다.
◇차 곳곳에 ICT 기술이…융합혁명 총아로=스마트자동차는 융합혁명이 꽃피는 핵심 분야로 꼽히고 있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GPS(위성측위시스템) 등을 이용해 주변의 차량과 사물, 사람, 차선 등을 파악하고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는 미래 삶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센서에서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들은 자동차에 탑재된 여러 대의 컴퓨터에 전달되고, 컴퓨터는 데이터를 해석해 차량 주행방향과 가속, 감속 등의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한다. 자동차 곳곳에 녹아 들어간 기술이 자동차를 새로운 IT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것.
심현철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에서 가장 핵심은 장애물을 적절히 판단하고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자동차에 다양한 IT기술을 접목해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스마트자동차 기술 수준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 연구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에는 페달을 기계적으로 밟아주거나 브레이크를 당겨주는 장치 등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지만, 자동차 회사들과 본격적인 협력이 이뤄질 경우 보다 완성된 형태의 스마트자동차가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터치 한 번이면 알아서 주차까지=스마트자동차 시장은 2010년 394억달러에서 2019년 78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는 2020년 기점 연평균 30~40%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외국 유수의 기업들은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출시한 '모델D'에 운전자가 깜빡이를 켜면 차량 사방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주변 교통상황을 감지해 안전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차선이 변경되는 기능을 탑재했다. 닛산 '인피니티Q50' 시리즈는 주행속도와 차간거리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중앙선 등을 감지해 자동차가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자동 조정해준다. 실제로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 핸들에서 손을 떼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벤츠는 목적지에 도착한 사용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면 주차장에 자동으로 주차를 해주는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센서를 설치한 주차장과 스마트자동차가 서로 통신을 하면서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자율주차를 하는 것이다.
심 교수는 "지난해 벤츠 대표가 2020년까지 무인차를 판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고, 일본도 2020년 도쿄올림픽 때 고속도로를 자율주행하는 자동차를 만들어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부분 상용화에 나서는 등 스마트자동차 시대를 열 준비를 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카 기술 세계 4위…핵심부품·SW 길러야=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2013년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스마트자동차 부문에서 유럽이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최고 선진국의 83.8%로 세계 4위 수준이다. 전체적인 설계 기술과 시스템통합 기술 분야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주요 핵심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시스템의 기능 안전성 부분에서 기술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제어 등 자율주행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 대비 평균 80% 이하로 조사됐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스마트자동차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ICT 업체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을 지원하는 등 산업융합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2015년까지 핵심 부품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부품업체를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2019년까지 자동차전용도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후 스마트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교통서비스와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자동차와 ICT산업 간의 문화·기술에 대한 상호이해 부족이 국내 스마트자동차 산업 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ICT와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융합,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스마트자동차 산업 3대 강국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완전한 융합만이 미래 차 길 열어"=심 교수는 머지않은 미래에 구현될 스마트자동차 시대에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학문분야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완전한 융합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융합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반쪽짜리 기술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
심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해서는 자동차공학뿐만 아니라 전자, 전산 등이 총동원된 융합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공통의 목적을 공유하고 분야별 벽을 허문 융합연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한 융합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미래부와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에서는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관련 연구를 폭넓게 지원하고 시의적절하게 법·제도를 개선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나영기자 100n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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