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친환경 에너지타운` 기대 크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1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친환경 에너지타운` 기대 크다")
지난 봄 벚꽃이 한창일 무렵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지를 선정하기 위해서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소매곡리라는 마을을 다녀왔다. 여름철 고무보트 래프팅으로 유명한 홍천강이 휘어져서 흘러가는 물굽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동네로 작은 매화골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동네 어귀에 도착한 순간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설비에서 바람에 실려 오는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에 한 순간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친환경 에너지타운 사업 제안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진솔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개 이런 자리에는 지자체의 공무원이나 전문가가 발표를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는 마을 이장님이 발표자로 나섰다. 가축분뇨처리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산도 좋고 공기도 맑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소문이 났었는데 지금은 악취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지 못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서 인구는 줄어들고 지금은 이장님 자신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마을을 예전처럼 다시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고 싶다는 발표에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
얼마전 이 소매곡리에 큰 경사가 벌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사업이 바로 이곳에서 건설을 착공하게 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염원인 악취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미생물로 분해하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메탄가스를 도시가스로 전환해서 주민들이 난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태양광발전과 소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팔고 퇴비와 액비를 만들어서 마을 농경지에 공급하도록 하여 수익을 만들며 이 수익을 마을 주민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홍천강 강변을 따라서 꽃길을 조성하고 수상레포츠 시설을 유치하여 관광사업도 활성화 하겠다고 하니 다시 예전과 같은 살기 좋은 마을이 곧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은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발상에서 출발하였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처럼 주민들이 기피하고 혐오하는 시설을 우선 환경 친화적인 시설로 탈바꿈시키고 여기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하여 주민수익을 창출하려는 계획이다. 녹색성장위원회는 강원도 홍천을 비롯하여 광주광역시 운정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각장과 충북 진천군에 새로 만들어지는 테크노파크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내년에는 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산하여 자원순환 경제구조를 구현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기술과 산업발전이 인간의 생활을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에 끼친 폐해는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되고 녹색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에너지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홍천이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선정된 이후 소매곡리의 마을 세대수가 57세대에서 63세대로 늘어났다고 한다. 소매곡리 이장님과 마을 주민들의 소박한 꿈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전국의 모든 마을들이 내년에는 함께 뜻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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