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가장 많아... 뉴발란스 신발-아동용 칫솔 뒤이어
11월 11일. 우리가 정체 모를 기념일에 과자를 선물하기 바빴던 그 날 중국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독신자의 날 기념 쇼핑 대란'이 그것이었는데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이날 총 10조원에 달하는 물건을 팔아치웠습니다. 13억 거대 중국 인구의 구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중심가를 가보면 중국 쇼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쇼핑몰에는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우커'라고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고가의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며 우리나라 쇼핑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관광과 쇼핑을 병행하는 요우커에 이어 이제는 '하이타오족'이 새로운 구매층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이타오족은 인터넷으로 국내외 제품을 쇼핑하는 중국의 해외 직구족을 뜻합니다. 중국어로 '하이'는 바다, 즉 물 건너 해외를 뜻하고 '타오'는 '소비하다' 라는 말의 합성어입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해외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에서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 제품을 구매합니다. 배송은 해외 구매 사이트가 국제 특급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중개업체가 대신 받아 국내에서 발송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즉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해 쇼핑하는 요우커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해외 직구로 제품을 구매하는 층을 '하이타오족'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전자상거래 결제업체 페이팔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타오족은 약 18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매년 그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의 성장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불러왔습니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9조9000억 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21.3%나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오는 2017년에는 21조60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자상거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해외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50억 위안에 불과했던 하이타오(해외 직구) 시장은 지난해 744억 위안으로 1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얼마 전 국내 유명 브랜드 의류를 해외에서 온라인 결제로 사지 못한다는 '천송이 코트 논란' 역시 하이타오족의 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하기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떠오르는 큰 손 하이타오족이 쇼핑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업체 하이타오왕에 따르면, 하이타오족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다음으로 일본,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등의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선호하는 나라가 미국인만큼 선호하는 제품 역시 미국업체 제품이 많았습니다. 하이타오족이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으로는 애플의 '아이폰6' 가 꼽혔습니다. 뒤를 이어 뉴발란스 신발이 꼽혔고, 아동용 칫솔, 아디다스 의류 및 신발, 아이폰5S가 톱5 안에 들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인형, 시티즌 시계, 아이패드, 구글 넥서스, 키엘 토너가 선정됐는데, 톱10 중 4개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꼽혔습니다. IT기기에 대한 유통망이 확고히 다져지지 않는 중국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하이타오족을 이끄는 중심에는 젊은 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특히 이들이 해외 직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가격에 있습니다. 상품 가격에 배송비까지 더해도 중국에서 외국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많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의 양극화입니다. 실제로 많은 중국인은 자국 제품에 대해 아주 고급인 제품은 가격이 비싸고, 저렴한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로드샵 화장품이나 외국 SPA 의류 브랜드와 같이 중저가 제품이 별로 없다 보니 외국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하이타오족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실제 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활발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마켓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어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지난 11월 11일 광군제를 맞아 중국 고객이 주로 구매하는 화장품, 패션 상품 등을 50% 이상 할인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롯데닷컴은 지난 2월 글로벌 롯데닷컴을 개설하면서 한 사람의 개인정보로 가입하면 백화점, 면세점, 홈쇼핑 등 계열사 사이트를 모두 한 아이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중국 고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11개 상품에 대해 무료배송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인터파크 역시 지난 10월 6일 영문과 중문판의 글로벌 쇼핑사이트를 개설한 데 이어 상품가격을 위안화로 바꿔주는 환율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이타오족이 가장 선호하는 우리나라 제품은 무엇일까요. 쇼핑몰마다 판매량이 다르지만 가장 주류를 이루는 것은 역시 여성 의류입니다. 그다음으로 선호하는 제품은 아동의류나 과자세트, 화장품 등이 꼽힙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외국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소비자는 점차 많아지고 소비 규모는 연 37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전자상거래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시장입니다. 해외 직구가 늘고 있지만 구매경험이 있는 일부 중국인은 가입과 구매절차가 단순하고 기준 환율을 적용해주는 구매대행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화장품과 의류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기대 이상입니다. 하지만 중국보다 가격이 높고, 여기에 관세까지 부과되면 가격이 더 높아져 구매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젊은 중국여성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추세였으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전자상거래가 포함되면서 중국인의 한국 상품 직구가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한국 쇼핑몰의 중문사이트가 오픈되면서 많은 사이트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결제시스템인 즈푸바오도 도입하고 있어 우리나라 결제시스템 시장의 잠식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결제시스템 시장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대응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정용철기자 jungyc@dt.co.kr
도움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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