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장애인 위한 `계단 없애기 운동`](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0502102351788001[1].jpg "[DT광장] 장애인 위한 `계단 없애기 운동`")
도시의 빌딩 숲 속에서 계단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물 층마다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하물며 1층에 있는 상점도 계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다. 계단은 지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과 건축술에 지대한 공을 세운 발명품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나도 일상화된 지금, 계단 때문에 오히려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계단 난간을 잡고 한걸음 씩 힘겹게 발을 내디디며 한 숨 쉬는 노인들을 흔히 본다. 다리나 허리, 관절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계단은 오르고 올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생활장벽이다. 실제로 병원에 내원하는 관절염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보행불편으로 인해 생기는 일상생활장애가 심각한 수준이다. 환자의 대다수는 관절염을 앓기 전에 비해 같은 거리를 걷는 데 2~3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답한다. 하물며 지하철 계단은 어떠랴.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만 1시간이 걸린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은 638만5559명(고령화비율 12.7%)으로, 2017년에는 711만8704명(고령화비율 14%)으로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2060년에는 고령인구가 1762만1544명으로 전체 인구(4395만9375명)의 40%에 이르러 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인 사회로 변한다.
60세 이상 노인의 80%가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계단으로 인해 생기는 생활불편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2026년에는 10명 중 2명, 2060년에는 10명 중 4명 꼴로 지하철 난간을 1시간 동안 붙잡고 있는 노인들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그 노인 중 한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필자는 계단을 없앨 것을 제안해 본다.
건물과 대중교통에 계단을 없앰으로써 노인, 관절염 환자, 장애인들의 시설 접근성과 활동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계단 없는 건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 건축술로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실제 미국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고층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계단이 없다. 어떻게 여러 층에 걸쳐 전시된 소장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까? 구겐하임 미술관은 계단 대신 '나선형 경사로'를 이용했다. 관람객들은 중앙홀에서 나선형 경사로를 다섯 바퀴 반 정도 돌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이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돌면서 소장품들을 관람하는 것이다. 뉴욕 사람들은 이 나선형 경사로를 '거대한 달팽이'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고 생활 불편을 야기하던 계단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움직임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회적으로 편견과 장애의 벽인 '계단 없애기' 캠페인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나선형 경사로를 만드는 정책들을 실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지자체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의 비용과 나선형 경사로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실질적 비용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 생각해보자. 또한 단순히 비용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회구성원들이 적어도 계단 때문에 외출에 어려움을 겪고,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고, 출근이 어려워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국민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시도해 봄 직한 일이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약자가 일생 생활을 살아가는 자체가 큰 장벽이 되는 사회보다,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보듬어 안고 배려해주는 정책들이 보다 많이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수찬 목동힘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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