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4개월 연속 부진하면서 시장점유율 8%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지 자동차 시장 경기 회복에 따른 미국 완성차 빅3의 할인정책과 엔저 바람을 탄 일본 완성차 업체 사이에 끼어 고전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11월 미국 자동차 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한 달간 총 9만9000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판매량이 줄었다. 월 시장 점유율 역시 7.6%로 4개월 연속 7%대에 머물렀다. 11월 말까지 누적 점유율은 8.0%로 간신히 7%대 진입은 막았다.
만약 12월까지 부진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10년(7.7%) 이후 처음으로 다시 7%대로 내려가게 된다. 2011년 8.9%까지 늘었던 점유율은 2012년 8.7%, 2013년 8.1%로 매년 조금씩 줄어왔다.
반면 미국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선전을 이어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늘어난 22만6000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7.3%로 미국 완성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 그룹(FCA)은 20.1%(17만1000대)의 높은 증가율로 시장점유율을 13.1%(4위)까지 끌어 올렸다. 일본 업체들 역시 선전을 이어갔다. 도요타는 작년 같은 달보다 3.0% 늘어난 18만3000대를 판매해 3위 자리(점유율 14.1%)를 지켰고, 혼다의 경우 12만2000대를 팔아 역시 4.6% 판매량이 늘었다.
이와 관련 미국 브랜드의 경우 높은 인센티브(할인) 정책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업계 최저 수준인 1381달러의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 등의 경우 3000달러 이상의 인센티브 정책을 펴고 있다.하지만 현대차는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하면서 '제값 받기'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와 중고차 가격 유지를 위해 '제값 받기'를 계속 유지한다"이라며 "점유율보단 고급차 판매 확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고 말했다.업계 일각에서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계속 밀릴 경우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유지해 가면서 브랜드 가치를 서서히 높이는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