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퍼주기보다 성장기조 초점을"
재원조달 없는 '부도정책' 채무만 키워
일자리 창출로 가계 소득 증대 나서야
재원조달 없는 '부도정책' 채무만 키워
일자리 창출로 가계 소득 증대 나서야
![[알아봅시다] 무제한 양적완화, 내수파산 `부메랑`](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1202101857793001[1].jpg "[알아봅시다] 무제한 양적완화, 내수파산 `부메랑`")
한국 경제가 일본식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4%, 3.5%로 전망했습니다. IMF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8%로 내다본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특히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본과 같이 모든 정책을 동원해 경기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아베노믹스의 성공여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가치하락, 소비부진, 생산둔화, 물가하락, 기업 수익감소, 일자리 창출 부진, 소득감소라는 악순환에 노출돼 있습니다.
2012년 엔/달러 환율은 78.9엔/달러로 1985년에 비해 66.5%나 감소하는 등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다 2012년 명목임금은 2000년 대비 11.9% 감소했고 실질임금은 같은 기간 1.1% 감소하는 등 임금하락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 노동생산성 하락에 따른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는 △무제한 양적완화 △적극적인 공공사업 추진 △규제개혁·전략시장육성을 '3대 핵심 정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일본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물가상승률 2%를 2년 안에 달성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엔화 강세를 시정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원통화 공급은 2012년 138조엔에서 2013년 200조엔, 2014년 270조엔으로 확대됐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발간한 '아베노믹스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물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물가를 제외하고는 물가측면에서 디플레이션 악순환 탈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2013년에 전년 대비 0.4% 증가했으며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경연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인상한 소비세의 여파로 회복되던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엔고 해소 가능성에 대해 한경연은 단기적으로는 가치가 하락하다가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경연은 일본이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엔고 탈피에 실패한 이유를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 △해외자산 수입의 국내 유입 △안전자산으로의 엔화 수요 증가 △국내의 유동성 공급부족 △엔 캐리 트레이드 등으로 분석했습니다.
공공사업에 재정을 중점적으로 투입해 경제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전략도 아베노믹스의 한 축입니다.
향후 10년 간 100조∼200조엔의 재정지출을 공공사업에 투자해 관련 산업의 생산 및 고용 효과를 유발하겠다는 전략으로 일본정부는 아베 내각 출범 직후 편성한 10조3000억엔 규모의 추경으로 GDP 2% 포인트 상승, 고용 60만명 증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사업의 경기부양 효과가 낮아 재정적자만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국가채무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재정지출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지난 6월24일 규제완화, 신시장 개척 등을 골자로 하는 '성장전략'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이 전략은 2020년까지 명목 GDP 성장률 3%, 실질 GDP 성장률 2%, 1인당 명목국민총소득(GNI) 150만 엔까지의 증가 등 경제성장 실현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골자는 법인세 인하 및 기업경쟁력 강화, 규제개혁 및 산업재흥, 국가전략특구 설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성장전략 발표 이후 2개월 동안 일본 증시는 약 3.75% 상승했지만 성장전략 발표 직후인 7월 한 달 간 일본 증시는 1.27% 하락했습니다. 전체적인 증시 변화상으로는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금번 발표된 성장전략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입니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점차 그 크기가 줄어들다가 올 2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1.8%)로 전환됐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또 추후로 연기된 구조개혁 등 핵심적인 개혁 안건들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아 성장전략에 대한 시장의 미온적인 태도가 지속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 아베노믹스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법인세 인하의 경우 기업의 투자 여건을 고취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원활한 정책 시행이 의문시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법인세율을 1% 포인트 낮추는 데 상당량의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국가채무가 매우 높은 일본이 20%대의 실효세율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아베노믹스는 우리에게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으로 야기된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 정책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 공공사업에 대한 재정투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부도(不渡)' 정책은 일본과 같이 높은 국가채무 수준에 이르는 지름길이 되는 만큼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는 점 등입니다. 하지만 한경연은 "성장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낙관적이지 못한 현 상황에서 엔화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법인세 인하, 적극적인 외국 인력 유입, 국가전략특구 규제 완화 등 일본의 경쟁력 강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태세를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호승기자 yos547@ 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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