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허니버터칩과 마카다미아](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22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허니버터칩과 마카다미아")
2014년 겨울 우리 사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식품 두 가지를 꼽자면 바로 '허니버터칩'과 '마카다미아'다. 1000원이 약간 넘는 가격에 몇십 그램 짜리 이 두 주전부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사연 속에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유통가에서 '귀한 몸'으로 자리 잡았다.
허니버터칩은 기존 감자칩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발상, 끈기 있는 연구개발, 치밀한 소비자 대응 분석을 통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감자칩은 짭짤해야 한다는 공식을 버리고 진한 향의 버터와 아카시아벌꿀을 사용해 맛을 낸 이 제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지난달엔 스낵류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하며 없어서 못 먹는 과자가 됐다.
2년 가까운 R&D와 소비자 입맛 분석을 통해 선보인 허니버터칩은 우리 제과산업이 갈수록 고급스러워지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수입 과자의 공습 속에도 아이디어와 치밀한 준비만 있으면 얼마든지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준비된 대박상품' 허니버터칩이 잘 나가는 것과 달리 마카다미아의 인기는 일견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마카다미아는 최근 '땅콩 회항' 이슈의 실제 '주인공'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해당 브랜드 마카다미아는 일부 대형마트 매장에서 동이 났고, 온라인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에서도 빠르게 팔려 나가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마케팅 기회로 삼았다. '긴말은 않겠다 바로 그 땅콩(사실은 마카다미아)' '둘이 먹다 하나 내려도 모르는 마카다미아 너츠' '비행기를 돌려세운 그 맛'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회사를 총수의 소유물로, 직원을 머슴으로 여기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과 행태에 전 국민이 분노하면서 반재벌 정서까지 확산되는 와중에 땅콩 회항 이슈가 가져온 또 하나의 '나비효과'다. 허니버터칩이 치밀한 연구와 시장 분석으로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가져온 반면 마카다미아의 인기는 황당한 특권의식이 불러온 해프닝이 가져온 예상치 못한 결과인 것이다.
마카다미아 효과가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사건 여파로 시가총액이 불과 며칠 사이 수천억원 떨어졌다. 유가급락의 수혜주로 떠오르며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뛴 것과 대조적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사안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 제재가 예정된 가운데 해프닝이 일어난 '인천~뉴욕' 노선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대한항공은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과 주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인천~뉴욕간 노선 운항정지는 산업계 손실과 이용자들의 불편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일부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 구간에 비행기가 멈추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마존의 정글에서 파닥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이 몇주, 또는 몇달 후 미국 텍사스주에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은 자연뿐 아니라 산업과 시장, 인간이 사는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이전엔 관심 없던 마카다미아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과 소비자는 혼돈과 가치 충돌 속에서도 여전히 상품을 고르고 산업을 움직인다.
저무는 한 해를 보내며, 내년엔 우리 사회에 좋은 나비효과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래 본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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