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123층 제2롯데월드를 건설 중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 105층 짜리 초고층빌딩을 짓겠다고 밝혀 국내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전망이다.
2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시무식에서 "105층 규모 통합 신사옥을 지어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대표하는 복합비즈니스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에 105층 빌딩 건설을 추진하면서 제2롯데월드를 포함해 국내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사진은 4일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와 종합운동장 넘어 잠실쪽에 공사중인 제2롯데월드 모습.
김민수기자 ultrartist@
현대차는 이 건물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은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한전부지 개발 사업을 위해 '강남사옥프로젝트 전담반(TFT)'을 신설하고, 최근 해외 설계사를 대상으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기초설계 공모를 시작했다.
이 건물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사용하는 업무시설과 함께 자동차 테마파크,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을 수행할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시 건축 인허가 협상, 건물설계, 건축심의, 최종허가까지 최소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설계 작업과 별개로 내년 1월 초 대략적 개발계획을 담은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인허가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105층 건물이 들어서면 송파구에 건설 중인 지상 123층 제2롯데월드와 함께 서울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이 내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제2롯데월드에 짓는 555m 높이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90층을 넘어서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에는 총 투자비만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롯데월드타워는 안전관리를 완벽히 하고 시공과정에서 일체의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올해의 과제로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적 건설을 꼽았다.
이밖에 부산 해운대에서는 중국 건설사인 CSCEC가 2018년 준공을 목표로 101층, 412m 규모 해운대관광리조트(LCT)를 짓고 있다.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은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이 지난 7월 인천 송도에 준공한 동북아무역센터로 68층, 305m다. 그린게이트웨이(114층), 국제컨벤션컴플렉스(121층), 서울라이트(133층), 송도인천타워(151층), 인천시티타워(110층) 등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 프로젝트 약 10개가 추진됐지만 경기침체로 무산됐다.
국내 건설사의 초고층빌딩 시공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현존하는 세계 최고등 빌딩인 163층, 830m 높이 부르즈 할리파를 완공했다. 삼성물산은 건물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고강도 콘크리트와, 이를 지상 570m로 쏘아 올리는 압송기술을 개발, 3일에 1개 층을 올리는 첨단 공법을 적용했다. 정밀한 수직도를 유지하기 위한 건물센서와 위성신호를 수신하는 GPS(위성측위시스템) 등은 초고층빌딩 시공 필수 기술이다.
초고층빌딩 건설 시 바람·지진·열·습도·강우 등 변수를 수치로 예측해주는 구조해석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가 세계 시장 선두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구조해석SW는 부르즈할리파, 제2롯데월드 등 국내외 초고층빌딩에 대부분 적용됐다.
박남회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도시건축사업실장은 "국내 건설사의 기술력은 100층 이상 초고층은 물론 1000m 이상 건물까지 지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설계능력도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고 있어 앞으로 초고층빌딩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