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시장 침체 돌파구는 R&D 경쟁력… 질병 치료·예방 제품 상용화 '눈앞'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은 국산 21호 신약 '리아백스' 허가와 '카나브', '슈펙트' 등 토종 신약들의 세계 무대 진출 등 연구개발(R&D) 성과가 빛을 발했다. 올해 제약산업 환경은 각종 제도 시행과 불법 리베이트 제제 강화에 따라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업계는 결국 경쟁력 있는 신약을 보유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와 녹십자는 지난 8월 각각 허가를 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듀라스틴'과 '뉴라펙'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이 두 제품은 암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을 때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항암보조치료제다. 지난해 전 세계 약 6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암젠의 '뉴라스타'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약물 지속 기간을 높인 '바이오베터' 의약품으로, 투여 횟수를 줄여 잦은 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미약품은 복부비만 치료제 'ALS-L1023'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중해 주위에 서식하는 멜리사(레몬밤) 잎 추출성분을 이용해 천연물신약으로 개발 중인 이 치료제는 지방조직을 키우는 혈관에 영향을 미쳐 내장지방 형성을 억제한다.
그동안 비만치료제 시장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대표 제품들이 퇴출당하면서 급격히 위축됐지만, 안전성을 높인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다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 외에도 광동제약이 연필향나무에서 유래한 '세스퀴테르펜' 화합물을 이용해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천연물신약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종근당은 미국 자프겐과 고도비만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제약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백신 분야에서도 올해 성과가 기대된다. SK케미칼은 최근 국내 첫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허가를 받아 올해부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에 한 가지 바이러스 예방 효과를 추가한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도 마무리 단계다. 녹십자도 유정란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4가 독감백신은 미국 시장에도 지난해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초기 시장인 만큼 국내 제약사들이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제약사들이 개발한 혁신 신약도 상업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절진통소염제 '폴마콕시브(CG100649)'는 작년 임상시험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티슈진-C'가 임상 3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돼 이르면 올해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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