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미디어 정책 조감도`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501/20150126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미디어 정책 조감도` 만들자")
영국의 미디어정책 전문가인 프리드만(Freedman)교수는 '미디어 정책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라고 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미디어 정책들은 정치적 이념이나 목표가 내재되어 있고, 미디어정책 결정 과정은 곧 이해집단들간의 정치적 교섭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 모든 영역에 있어 정치적 지배력이 강한 나라들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때문에 미디어정책은 정치적 상황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수 십 년간 굵직굵직한 미디어 정책들 대부분이 집권 초기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 1990년대 초반 지역민방도입에서부터 최근 '미디어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구도를 크게 바꿨던 정책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집권 정당이 강한 정치적 동력을 가지고 있을 때 의미 있는 미디어 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시도했던 미디어 개혁은 집권 후반부로 가면서 흐지부지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정부 역시 지난 2년간 무언가 큰 그림의 미디어 정책을 추진했어야 했다. 더구나 급속한 디지털 환경변화와 사업자간 갈등으로 혼란스러워진 미디어 판을 교통 정리해 줄 새 틀에 대한 갈망도 고조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 정부는 의미 있는 미디어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정부의 국정전반을 아우르는 슬로건 '창조 경제'라는 이름을 걸고 몇몇 미디어 정책들이 추진되기는 하였다. 마치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주무부처의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미디어 정책을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으로 포장한 것이 정치 또는 정치과정이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는 비생산적 갈등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몇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후보들이 미디어관련 공약은 아예 만들지 않거나 설사 만들었다 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이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을 꼭 비판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력한 정치적 동력을 가지고 있던 집권초기에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처하는 큰 정책 틀이 부재했다는 것은 심히 유감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추진되었던 미디어 정책들 면면을 보면 일관된 지향점 없이 그때그때 사안별 대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들이 제기한 민원성 정책들만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오죽하면 최근 정부가 입법추진하고 있는 통합방송법(안)에 대해 '사업자들의 민원종합선물세트'라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민원성 정책들이 '창조'라는 수식어나 접두사를 붙여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미디어정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이다. '공익'을 위한 것이지 '산업 활성화'인지 목표도 오락가락하고, 새로운 디지털매체들을 활성화하자는 것인지 기존 미디어들을 지키려는 것인지 그야말로 '그때그때 달라요'다. 거기에 사업자, 규제기관들의 이해까지 얽히면서 성과주의의 병폐까지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본질적으로 미디어 정책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 3년차인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큰 선거가 없는 해이면서 집권정당이 정치적 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골든타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올해가 1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전체적인 '미디어 정책 조감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거대한 디지털 빅뱅 현상을 주먹구구식 단발성 정책으로 대응하다가는 자칫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 미디어정책은 이제 더 이상 특정 매체나 특정 정파의 이해득실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근시안적 정치적 이해갈등을 벗어나 정치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2015년은 향후 10년 아니 그 이상을 내다보는 미디어 조감도를 그려야만 하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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