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중 2곳만 보안예산 마련… 기업 97%, IT예산의 5% 미만 편성
미래부 실태조사 결과 발표
미래부 실태조사 결과 발표
지난해 1억건이 넘는 신용카드 정보와 천만 명이 넘는 통신사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는 등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했지만, 기업들의 보안 투자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보호 책임자나 보안 전담조직을 갖추는 비율도 모두 감소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소비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실제 기업의 피해로는 연결되지 않다 보니 여전히 기업들의 보안 투자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정보보호 산업 활성화와 전문인력 양성 등에 대한 정책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정보보호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미래부는 지난 2014년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보안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조사 대상 7000여개 기업 중 정보보호 예산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5.8%였다. 그런데 2014년에 정보보호 예산을 확보한 기업은 이보다 24.9%포인트 감소한 20.9%에 불과했다. 2013년엔 10개 기업 중 4~5곳이 보안 예산을 마련해 투자를 했는데, 지난해엔 그 절반 이하인 단 두 곳으로 줄어든 셈이다.
발제자로 나온 이재일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은 "지난해 정보보호 최고 책임자를 임명한 기업은 조사대상 7000개 기업중 16.9%로, 2013년에 비해 3%포인트가 줄었다. 정보보호 전담 조직을 갖춘 기업도 6.9%에 불과했는데 이 역시 전년보다 2.9%포인트 감소한 수치"라면서 "정보보호 예산을 IT 예산의 5% 미만으로 편성한 기업은 전체의 97%에 달했고 5% 이상으로 편성한 기업은 2.7%에 불과했는데 이 역시 전년보다 0.5%포인트 줄어든 수치"라고 지적했다.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도 "미국은 IT예산 중 정보보호 예산을 5% 이상으로 편성하는 기업이 40%에 달하고 영국은 50%가 넘는데 우리 기업들은 보안 투자에 너무나 인색하다"면서 "지난해 정보유출 사태나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서 유출 사건 등 사이버 위협은 크게 늘고 있는데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미흡해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도 보안투자 부분에선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올해 정부의 국가정보화 예산은 5조2094억원 인데 이중 정보보호 예산은 2543억원으로 5%가 되질 않는다.
심종헌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장은 "정보보호 예산이 국가정보화 예산 안에 포함돼 있다보니 정보보호 예산을 늘리면 소프트웨어나 다른 컴퓨팅 예산이 줄어든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IT 예산에 보안 예산이 포함돼 있어 정보보호 중요성에 대해 기업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예산 확충이 쉽지 않다"면서 "정보보호는 국가에겐 안보, 기업에겐 비즈니스 위험과 직결되는 사안인만큼 별도 예산편성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현 KB국민은행 정보보호책임자(CISO)는 "수요자 측면에서 보안 솔루션 도입하려 해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미흡한 솔루션이 대부분"이라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안전한 사이버 보안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지를 제시해주는 보안 업체와 솔루션이 있다면 당장 투자하겠지만 지금은 돈을 주고 사고 싶어도 마땅한 솔루션이나 서비스가 없어서 못 사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 임원 입장에서 타 부서 임원들은 투자를 했을 때 성과를 보여주는데 보안은 투자를 하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성과"라면서 "기업이 보안 투자를 했을 때 소비자 호감도 향상이나 기업 이미지 상승 등을 이끌 수 있도록 정부가 등급 인센티브를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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