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단독응찰… 정부 "담합 의혹" vs 업계 "낮은 사업비 때문"
사업자를 찾지 못해 1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는 정부통합백업센터 구축 사업이 또다시 유찰됐다. 벌써 4번째 유찰되며 첫 삽도 못 뜨고 있는데 정부는 업계의 담합 의혹을, 업계는 사업비 책정부터 잘못됐다며 서로 탓만 하고 있다.
9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재공고한 '정부통합전산센터 공주센터(정부통합백업센터)' 구축사업은 사전심사 신청에서 1개 컨소시엄(현대산업개발, 한신공영, 계룡건설)만 참여해 또 다시 유찰됐다.
이번 사업은 대전과 광주에 흩어진 백업 시스템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국내 최초 벙커형 통합 백업센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2월 처음 사업공고가 나갔지만 업계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참여를 포기, 2차례나 유찰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사업비 107억원을 증액한 1105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지난해 말 사업을 재공고했지만 지난달 1차 사전심사와 최근 2차 심사에서도 1개 컨소시엄만 참여해 연이어 유찰됐다.
일단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이번 주 내로 기재부와 협의해 사업방향을 새롭게 수립해 이르면 다음 달 사업을 재공고할 방침이다. 현재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발주하는 것을 분리하는 방식과 최저가 입찰 등 입찰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통합전산센터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설계 공사 후 그 결과에 따라 시공사업을 발주하는 방식과 최저가 입찰 등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방안을 결정해 2017년 완공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끔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비롯해 업계에서도 입찰 방식을 바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계·시공을 분리할 경우 공사기간과 예산도 늘어날 게 뻔하고, 수익성을 걱정해 사업 참여를 포기한 업체가 대부분인데 최저가 입찰로 변경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게 이유다.
1년 가까이 사업자조차 찾지 못하면서 정부는 건설업계의 담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업계의 요구대로 사업비까지 증액했지만 지속해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버티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 관계자는 "처음부터 한국개발연구원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TF에서 꼼꼼히 사업비를 책정한 데다가 지난해에는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사업비까지 늘렸다"며 "그런데도 사업비가 적다고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담합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 아니라 동굴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벙커형 데이터센터인 만큼 위험요소가 크다"며 "정부와 업계 모두 예산에만 집중하고 있어 국내 최초 벙커형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지을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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