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산·수익 영향으로 세액규모도 변화
한경연, 세율 1%p 감소때 세금 4.9% 증가
효율적 예산 운영에 경제활성화 정책 필요
한경연, 세율 1%p 감소때 세금 4.9% 증가
효율적 예산 운영에 경제활성화 정책 필요
세수 부족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기업 활동이 저하돼 법인세 증세 효과가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1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세수결손 규모는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2조8000억원이던 세수결손 규모는 2013년 8조500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는 10조9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세수 결손의 원인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한 법인세가 지목됐다.
◇"법인세 올리면 오히려 세수 감소"=이런 상황에서 최근 법인세율 인상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정부는 올해 복지예산(보건·복지·고용)을 총예산(375조4000억원)의 30% 수준인 115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106조4000억원)보다 9조1000억원 확대된 규모다. 이대로라면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 연말 정산으로 홍역을 앓은 정치권이 연일 '증세·복지' 논란을 이어갔고 세수 부족의 해법으로 법인세를 들고 나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고 말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취임 직후 재정개혁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상향 조정 및 누진율 인상 △탈루소득 엄중 처벌 등 '조세개혁 5대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상황을 정리하면서 새누리당의 '법인세율 인상' 움직임을 잦아들었지만, 새정치연합은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릴 경우 연간 7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주장과는 달리 법인세수의 변동은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법인세수 변화의 원인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고 법인세율을 1%p 떨어뜨릴 경우 법인 세액은 평균 4.2~4.9%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생산과 수익이 고정돼 있다면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수 증가로 연결되지만, 법인세율이 변화할 경우 기업의 생산과 수익도 함께 바뀌어 전체 법인세수의 규모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GDP가 2년 전보다 무려 4.8%p 떨어졌던 2009년에는 법인세수가 평균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최고법인세율도 27.5%에서 24.2%로 3.3%p가 줄었다. 한경연은 이 기간의 법인세율 감소가 법인 세수를 약 7% 증가시켰지만, 경제성장률의 감소는 법인 세수를 약 17.5%를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법인세수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을 보면 공기업·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4회계연도 법인세 비용은 15조2577억원으로 추정된다. 2013회계년도(18조43억원)보다 15.4%(2조7855억원) 감소한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법인세 등의 세금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산 효율과·경제활성화 정책 우선해야"=전문가들은 무리한 법인세 증세보다는 예산을 효율화하는 한편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황상현 한경연 연구위원은 "세수가 부족한 현재 상황에 국한해 단기적인 세수확충의 목적으로 법인세 문제를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인 세수 확보에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복지 지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 효율화를 해야 한다"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상은 최후에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승·서영진·유근일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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