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실명 1위 `녹내장` 연구 어디까지 왔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502/2015022502102251607001[1].jpg "[의과학 칼럼]실명 1위 `녹내장` 연구 어디까지 왔나")
녹내장은 현재 완치할 수 없는 비가역적인 실명의 1위 질환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녹내장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건강보험공단의 2009년 통계에 의하면 7년 사이에 환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 만큼 실명 환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고 이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본 대학의 안과학 교실에서는 단독으로 녹내장 실험실을 10년째 운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녹내장의 병인 연구와 함께 실명을 막기 위한 치료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녹내장은 진행성의 만성 질환으로 시신경세포(망막신경절세포라는 신경세포)가 손상 받는 병태생리적인 변화를 보이게 되며, 특징적인 시신경의 변화와 시야 결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다양한 원인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큰 위험인자 중의 하나는 높은 안압으로, 안압에 의한 압박 손상이 시신경에 가해지면 망막신경절세포가 죽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녹내장의 80%가 정상안압녹내장이다. 즉, 안압이 정상을 벗어날 정도로 높지 않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안압에서 보이는 똑같은 변화를 보인다. 본 대학에서 임상연구를 통해 알아낸 것은 시신경을 보호하고 있는 공막과 사상판이라는 조직이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일 경우 정상의 안압에서도 시신경이 압박 손상을 받아 녹내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들의 70% 가까이는 근시로, 근시에서 특징적으로 공막과 사상판의 변화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막과 사상판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많은 정상안압녹내장의 근원을 밝힐 가능성이 있어 본 연구진은 이를 연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과제와 관련된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다. 후성유전학은 발생 과정이 끝난 성체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더라도 후성유전학에 의해 실제 만들어지는 생체 구성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병의 발생에는 아마도 환경의 영향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공막이나 사상판의 후성유전학에 의해 이들 조직의 구성성분이 달라지거나 두께나 형태가 달라진 사람은 정상 범위의 안압에서도 시신경의 손상이 일어나 정상안압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를 추후 이용한다면 후성유전학의 조절을 이용한 새로운 녹내장 치료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녹내장 분야에서는 신경을 재생하는 연구나 줄기세포 연구는 현재 답보 상태에 있다. 눈에서 시각중추(뇌)까지의 '먼 거리'를 망막신경절세포가 '알아서'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명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이 연구 또한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재생까지는 못하더라도 남아 있는 시신경 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과제가 녹내장으로 인해 기능이 떨어졌거나 손상을 받았지만 죽지 않고 남아있는 망막신경절세포의 기능을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사이의 연접)의 변화를 통해 최대한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아직 죽지 않고 남아있는 망막신경절세포에서 녹내장 손상이 가해질 경우 시냅스를 늘리기 위한 보상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어 녹내장 치료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찬기 가톨릭대 안과 및 시과학 교실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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