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애플, 왜 자동차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03021038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애플, 왜 자동차인가")
'한로축괴 사자교인(韓盧逐塊 獅子咬人)'이란 말이 있다. 흙덩이를 던지면 개(한나라의 사냥개, 한로)는 흙덩이를 쫓지만 사자는 흙덩이를 던진 사람을 물어버린다는 뜻이다. '흙덩이'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사람'은 근본적인 원인이나 현상을 의미하며 문제의 근본을 들여다보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구글의 자동주행차에 이어 최근에는 애플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애플이 1년 전부터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하여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 던져지고 있는 흙덩이, 구글의 자동주행차, 애플의 전기차 제작 움직임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 즉,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구글과 애플 등 ICT기업 관점에서 보면 이들 기업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이제 자동차가 '기계 제품'이 아닌 '전자 제품'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이제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며,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특징을 가진 '전자제품'일 뿐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기차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자장비(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CT기업이 진입하고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생긴 셈이다. 현행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 기존 자동차 제조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테슬라 모터스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자동차가 전자제품화 되면, SW역량이 중요한 경쟁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핸드폰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SW와 앱생태계가 가져온 시장의 변화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애플은 운영체계(OS)와 앱 생태계, 인터페이스 혁신 등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였고,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전기자동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애플은 구글보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구글은 자동주행 SW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축적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의 직접 제조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컴퓨터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애플은 전기차를 직접 제조하여 상용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간에 기술 및 특허 확보를 위해 테슬라 모터스에 대한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가 애플에 흡수되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쟁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애플의 자동차 사업이 전기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언론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자동주행차의 연구개발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다만, 자동주행차의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먼저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는 자동주행차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애플도 자동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9세기 말, 내연기관이라는 동력의 혁신을 통해 근대 산업화를 이끈 자동차 산업은 이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기 배터리와 모터가 내연기관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컴퓨터가 운전자를 대신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계산업에서 전자산업으로의 거대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전환은 자동차를 통해 소비자에 어떠한 서비스와 편익을 줄 수 있는지, 자동차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업계에 던지고 있다.
분명한 점은,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표면으로 드러난 현상, 흙덩이만을 쫓는 것은 답이 아닐 것이다.
공영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