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지나 키팅 지음/한빛비즈 펴냄/376쪽/1만6000원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아는 추억의 장소로 남은 '비디오 대여점', DVD나 온라인 웹하드 등의 등장으로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다. 그 가운데서도 변화를 통해 살아남은 한 기업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다. 영화가 담긴 CD를 각 가정에 직접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VOD)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이 회사는 단순히 살아남았다고 하기에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기초로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부르는 에미상을 받는가 하면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중 가장 많은 5700만 가입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한 넷플릭스는 이제 2년 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거둔 달콤한 성공의 이면에는 '짐승'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기업 문화와 냉정한 승부수, 의도치 않은 불행과 행운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신간 '넷플리스, 스타트업의 전설'은 넷플릭스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르기까지 겪어야 했던 적나라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DVD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곧 DVD 시대가 열린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스의 타워레코드로 달려가 우편봉투에 CD를 넣고 집으로 부쳤습니다. 정말 길었던 24시간이 지나고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봉투를 열어보니 CD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무척 가슴 뛰는 순간이었죠"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헤이스팅스는 2009년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대답은 다른 스타트업의 출발 지점과는 다소 차별화된다. 무모하고 충동적인 시작이었던 것. 하지만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주고 연체료도 받지 않는 넷플릭스의 기업 운영 방식을 잘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업계 최고의 경쟁사 블록버스터를 상대로 거둔 첫 번째 승리는 '플렉스 파일'이라는 정교한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라디오, TV, 배너 광고처럼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분석해 고객 한 사람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과 생애가치, 신규가입자 수를 계산했고 홍보 전략에 따른 매출, 서비스 탈퇴율, 총 가입자 수의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빅데이터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마케팅을 분석했고 과도한 광고비 지출이나 가격 경쟁, 대규모 적자 등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결국 2005년 중반 두 회사의 시가 총액 순위가 역전됐다.
넷플릭스는 부침이 심한 기업이었다. 2006년 초 언론과 월가는 넷플릭스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경쟁사 블록버스터가 과감한 구조조정과 연체료 폐지 정책을 동원하며 재기를 모색하던 중이었고 결정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통합 회원제를 발표해 넷플릭스를 사업 포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대담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이 회사가 찾은 방법은 역시 '데이터'였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감상할 수 있고 DVD 수준의 고화질 영상을 서비스하는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고객의 반응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스타트업은 이제 영화 판권, 광대역 데이터, 웹 트래픽 시장과 제도를 쥐고 흔드는 40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모든 스타트업이 골리앗을 꺾어야 하는 다윗의 숙명을 가진다. 승자와 패자가 쉴 틈 없이 바뀌는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성장시킨 넷플릭스의 성공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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