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72개 ‘후르륵’… 나트륨 줄여 웰빙트렌드 반영도
올해로 국내에 라면이 첫선을 보인 지 52년이 됩니다. 1963년 9월 삼양식품이 내놓은 '삼양라면'이 국내 첫 라면입니다. 이후 후발 주자인 농심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양과 농심의 라이벌 구도가 계속 이어지다 현재는 농심 쪽으로 저울추가 기운 상태입니다. 1980년대 들어 농심과 삼양이 주도하는 시장에 한국야쿠르트(1983년), 빙그레(1986년), 오뚜기(1987년)가 도전장을 내고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빙그레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의 4강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라면 면발의 비밀은=라면은 원래 중국 음식으로, 한자로는 '납면(拉麵)'이라고 씁니다. 납면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라멘'이 됩니다.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0년대 요코하마 등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라멘을 노점에서 만들어 팔면서 일본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당시 라멘은 닭과 돼지 뼈, 멸치 등을 우려낸 육수에 국수를 말아먹는 중국식 면 요리의 하나였습니다.
당시의 중국식 라멘과 현재의 인스턴트 라면은 모양과 맛이 크게 다릅니다. 인스탄트 라면이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입니다. 안도 모모후쿠라는 일본 사업가는 튀김요리에서 힌트를 얻어 면을 기름에 튀기면 보존하기 쉽고 다시 물에 풀어 먹기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를 거듭해 1958년 인스턴트 라면의 효시인 '치킨라멘'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도의 닛신식품은 그 후 컵라면까지 개발했는데, 오늘날과 같이 면과 스프를 따로 나눠 포장하는 방식은 일본의 명성산업이 첫 시작입니다.
라면의 원료인 밀가루는 하얗지만 시판되는 라면의 면발은 노란색에 가깝습니다. 이는 면발이 서로 잘 붙지 않도록 라면 원료에 넣는 알칼리제제가 밀가루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와 만나 노란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는 작은 부피에 많은 양의 면을 넣고 튀기거나 삶을 때 시간이 적게 걸리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습니다. 라면을 곧게 펴면 1개의 길이는 무려 50∼56.75m나 됩니다.
◇한국은 섭취량 세계 1위 '라면대국'=국내 라면시장은 지난 2013년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2008년과 2011년 라면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가격이 저렴한 식사대용 식품인 라면은 경기가 호황일 때보다 불황일 때 더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간판식의 등장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라면시장은 4개 사가 과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심은 70% 내외의 점유율로 1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글로벌 라면시장에서 국가별 소비량은 중국(홍콩 포함)이 약 440억개를 소비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141억개), 일본(54억개), 베트남(50억개), 인도(43억개), 미국(43억개), 한국(35억개)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1인당 소비량은 한국이 연간 72.4개로 세계 1위 자리를 수년째 고수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56개), 베트남( 55개)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1인 1일 평균 라면 섭취량을 살펴보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별 섭취 빈도는 12∼18세 청소년이 주 1.77회로 만 19∼64세(1.11회), 만 65세 이상(0.53회)보다 높습니다.
◇유통경로 확대와 웰빙 라면 등장=라면의 유통구조는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제조업체→대리점→소매점→소비자의 전통적 경로와 제조업체→대형마트·편의점→소비자의 신채널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최근에는 가장 유력한 유통채널로 부상했습니다. 업계 1위를 달리는 농심의 경우 판매경로별 비중이 대리점이 37%대인 데 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62%대로 직거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채널들도 PB라면을 선보이면서 라면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PB라면은 유통업체가 상품 기획을 맡고 라면업계 2위 이하의 제조업체나 중견 식품업체 등이 위탁 생산합니다. 라면 제조업체 역시 효율적인 매출 증대를 위해 PB라면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에는 편의점 업계의 PB라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PB라면에 이어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변화를 꾀하면서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SG와 나트륨의 비율을 낮추고 유탕면 제품을 자제하는 등 웰빙 트렌드에 맞춰가는가 하면 최근에는 농심이 굵은 면발의 '우육탕면'을 출시하면서 식감까지 살린 굵은 라면 카테고리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박미영기자 mypark@
참고자료= 대한민국 유통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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