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등에 끼우기만 하면 무료시청…각국 저작권 피해 등 몸살
TV와 인터넷만 연결하면 세계 주요국의 실시간 방송은 물론 각종 영화 등 주문형비디오(VOD)를 모두 공짜로 볼 수 있는 중국산 셋톱박스가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등 세계 각지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각국이 비상이 걸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V패드'라는 이름의 이 중국산 불법 셋톱박스는 설치만 하면, 실시간 지상파 방송은 물론 각종 케이블 채널방송, 인터넷 동영상,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TV패드를 TV나 모니터 등에 연결하면 화면에 애플리케이션(앱)이 나타나고, 이를 실행시키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케이블TV나 IPTV,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 서비스에 전혀 가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TV패드 가격은 해외에선 299달러(약 32만원), 국내에선 40만원대 후반이다.
특히 이 제품은 G마켓, 옥션, 11번가 등 국내 대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돼왔다.
국내에선 최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법적 조치에 나서면서 이 제품의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달 말 TV패드를 판매 중인 온라인 쇼핑몰 G마켓, 옥션, 11번가 등에 내용증명을 보내 TV패드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를 운영 중인 SK플래닛은 이달 들어 TV패드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TV패드에 대해 불법 판결이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13일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상파 3사가 TV패드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동의 없이 콘텐츠를 복제,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며, TV패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가처분 소송 이외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1부에서 저작권 침해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며, 가처분 판결 이후 대전지방검찰청은 지상파의 형사 고소에 따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TV패드를 불법 콘텐츠 유통창구로 보고 유사한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미국 위성방송사 디시 네트워크는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중국 국제통신공사(CICC), 홍콩 민영방송 TVB홀딩스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에 TV패드 제조사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앞서 지난해 국내 지상파 3사의 미주법인이 현지에서 TV패드 판매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더구나 TV패드가 그동안 얼마나 판매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한류 콘텐츠의 해외시장 진출에 심각한 타격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콘텐츠는 TV패드 내 '솔리브(Solive)'라는 앱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TV패드가 중국, 남미, 미국 등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콘텐츠 저작권 피해는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긴급 가처분 소송만 기각됐을 뿐, TV패드 판매에 따른 피해를 판단하는 민사소송은 진행 중"이라며 "중국에선 수사를 의뢰했으나 공안이 수사를 각하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가처분 판결을 근거로 다시 미국과 중국에서 TV패드 판매 금지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유료방송업계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 TV패드에 따른 불법 콘텐츠 유통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지상파의 법적조치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자 피해도 우려된다.
저작권 침해 판단에 따라 TV패드의 콘텐츠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구매자에게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금도 TV패드가 다수 확산된 미국 LA지역 한인 커뮤니티 등에는 TV패드 콘텐츠 업데이트 관련 불만들이 심심찮게 등록되는 상태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