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외면'
작년 11월 발의후 계류상태
정상화대책도 모두 발 묶여
개별법은 통과 기형적 구조
작년 11월 발의후 계류상태
정상화대책도 모두 발 묶여
개별법은 통과 기형적 구조
정부가 내놓은 '개인정보보호 정상화대책'의 핵심 조치사항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이후 법안 심사가 계속 연기되면서 아직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정상화대책 후속조치들도 모두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다. 법률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행위는 지난 2월 24일 이후 법안심사소위원회 조차 열지 않고 있다. 7일 열리는 소위원회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점검회의로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 개정안과는 관련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정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마련한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도 모두 발이 묶였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보 유출 기업에 대해 유출 피해자가 일정액을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정 손해배상제' 등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1억400만건의 금융정보를 유출시킨 신용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의 경우 만약 개정안이 적용된다면 유출 피해자들은 해당 카드사를 대상으로 '법정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한도액은 최대 300만원이지만, 민사 손해배상소송의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간단한 재판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유출 피해자가 아닌 유출 기업이 '잘못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 전환'을 시켜놨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법정손해배상제 도입 등 정보보호 후속 조치들이 기업 스스로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 해 정보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등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제도 시행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법정손해배상제나 징벌적 과징금제, 주민등록번호의 제한적 변경, 정보유출 기업 제재 상향 조정 등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주요 개정 사항은 대부분 국회 지적사항이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발의한 내용이다. 지난해 2월 정보유출 특별 국정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정부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며 정보유출 기업에 대한 엄단과 이용자 보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던 것. 그런데 정부가 지적사항을 반영해 개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자 정작 개정안을 계류시키고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동안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면서 "사회 전반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 수준은 높아졌으나,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작업 지연으로 현행 법제도 수준이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현재 개인정보에 대한 개별법인 정보통신망법이나 신용정보보호법은 모두 통과돼 시행에 돌입했는데, 정작 모법인 개인정보법은 계류돼 있어 법이 기형적이고 집행 형평성도 맞지 않는 상태"라며 "국회가 조속히 개인정보보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사실상 4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상반기 국회 통과는 어려운 것이 현실. 하반기에는 국정감사와 결산이 있어 하반기 통과도 어려운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하반기가 되면 내년 상반기에 있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체재로 돌입하기 때문에 사실상 민생 법률에 신경을 쓸 여지가 없어진다"면서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률은 폐기되는데, 20대 국회 총선을 치르고, 원을 구성하고, 상임위 구성 후 의원들을 다시 설득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치면 4월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법안 개정이 2년 이상 늦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유통, 관광 등 모든 사회분야로 번지고 있어, 정부 부처의 관리나 감독만으로는 사전 예방 및 침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법률 전문가는 "정부는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과 점검을 통해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고취하고, 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이나 불법 유통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범죄자들이 보다 강력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확고한 법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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