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SW, `독점과 협력`서 성장해법 찾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1002102351800001[1].jpg "[DT광장] SW, `독점과 협력`서 성장해법 찾자")
얼마 전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로 잘 알려진 피터 틸이 국내에 방문하여 강연을 진행했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기업의 필독서로 알려진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 대한 국내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루어진 강연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강연에서 피터 틸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이미 저서를 통해서도 강조했던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것이었다. 경쟁하며 성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 온 한국 사회와 기업인들이 경쟁이 아닌 새로운 가치로 무장하고 독점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화두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졌다. 필자 역시, 한국 시장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 되어버린 한국 기업이 '온리 원(Only One)'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분야가 과연 남아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터 틸의 저서와 강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독점이 반드시 애플, 구글, 삼성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본인과 본인이 속한 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작더라도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선점하면, 독점적인 지위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창업한지 10년차가 되어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 1위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사업 초창기 '네트워크 접근제어(NAC : Networks Access Control)' 라는 새로운 컨셉의 보안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창출하려고 노력해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주변에서는 두 가지의 상반된 조언을 했다. 첫 번째는, 회사에 기술력이 충분하니 NAC 제품에 올인하지 말고 사업을 다각화 하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지금 하는 길에 확신이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진행하되 혼자의 힘으로 하지 말고 무조건 주변의 기업들과 협력하라는 것이었다.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만큼 필자는 두 번째 조언을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기술력 있는 기업과는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영업력이 있는 기업, 자금력이 있는 기업 등을 포함해 수많은 협력을 진행했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혼자의 노력으로 할 수 없었던 사업 성과들이 나오게 됐다. 이러한 협력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확장해 팔로알토, 파이어아이 등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오히려 잘 아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간의 기술 협력이 어려운 원인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 산업 환경이 존재하겠지만, '고객이 요구하고 시장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개발할 수 있다' '우리는 기술력이 있기에 다른 분야의 소프트웨어도 단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다' 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사고방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업마다 가진 장점과 기술을 전문화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대신 무리한 솔루션 확장과 가격경쟁을 통해 독점적으로 갈 시도도 하지 못하고 더 큰 미래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구글이 왜 실내온도조절기 회사인 네스트를 32억 달러에 인수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구글이 고작 자동온도조절기를 못 만들어서 인수를 진행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발전시키면서, 타 업체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력하여 독점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전략을 배워야만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과 고객 특성상 국산 제품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따라가다 보면 예전 어릴 적 추석이나 설 명절에 받았던 종합선물세트화 된다. 특별히 없는 것도 없지만,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는 그 과자 세트 말이다.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들이 종합선물세트가 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의 경쟁력을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다. 예전에는 흔했던 종합선물세트가 과거 속의 추억으로 남겨졌듯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산물도 과거의 유물로 남겨져서는 안될 일 아닌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해 국내외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후 부족한 부분은 타 기업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성장해 나가면 된다. 자신이 강점을 가지는 분야를 독점하고, 부족한 다른 분야는 타 전문기업의 협업을 통해 완성해나가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등장할 때 대한민국이 진정한 IT, 소프트웨어 강국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동범 지니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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