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국가 R&D의 바른 `나침반`](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13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국가 R&D의 바른 `나침반`")
"예산 따러 다니지 마시오."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과학기술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범 직후인 1967년, 연구원 설립과 건설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한 박정희 대통령이 최형섭 KIST 초대 소장에게 던진 한마디다.
서울 홍릉에 KIST 본원을 한창 건설하던 시기였다.
그해 KIST의 1967년 예산요구액 10억원 중 경제기획원이 2억원을 깎자 박 대통령은 정부 각료들이 모인 최종 예산확정 회의에서 '요구한 대로 원상복구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봄이면 국민들이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밀가루 한 포대가 아쉬웠던 시절,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의 희망은 기술에 있다고 판단하고 공업 발전에 기여할 종합연구소 설립을 결정했다.
미국 원조로 확보한 자금을 손에 쥔 박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KIST의 설계자이자 건설 책임자였다.
KIST 설립 전에도 공업연구기관이 있었지만 실패한 모델로 판명이 났다.
이후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내는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과 연구소시스템의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최형섭 소장은 "과거 공업연구기관이 실패한 것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모델로 KIST가 약 50년 전인 1966년 탄생한 것이다.
처음부터 통치자의 '특별 대우' 속에 기업, 산업과 가깝게 설계된 KIST는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20개 가까운 전문연구소의 산실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연구자들에게 기업과 산업 가까이 갈 것을 주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 각료들에게 KIST 현장을 가서 KIST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연구하라는 숙제를 내렸다.
50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다시 국가R&D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가 공조해 다음달 혁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기업, 산업과 거리가 다시 벌어지고, 각 부처의 정책 현장과도 괴리가 더 커진 국가R&D를 50년 전의 출발점으로 되돌려놓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였다.
답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정부도, 연구자도, 국민들도 모두 알고 있다.
국가R&D의 핵심인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따러 다니느라 시간과 공력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잘게 쪼개진 과제를 수행하느라 에너지를 분산하지 않고 국가와 산업을 위해 필요한 대형 연구에 집중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래를 위한 장기 국가R&D 로드맵을 세밀하게 세우는 기획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또 그 R&D 로드맵이 정부 정책과 산업전략, 규제 개혁 로드맵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R&D 결과물이 현실 속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현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대한민국에 기회가 있다.
기업들이 국가R&D 시스템 속으로 녹아들어가 연구결과가 산업계로 효과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다.
박정희 대통령이 KIST에 담았던 철학을 되돌아보고, 미래 50년을 내다본 국가R&D의 바른 '나침반'을 세우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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