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창업공작소’서 설계~시제품까지 지원해 창업 성공
지난 1일 방문한 대전 도룡동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창업공작소. 공작실 입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표준연 연구원들이 요청한 부품 설계도면과, 일반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설계도면들이 번갈아가며 소개됐다.
각종 설비가 설치된 작업실로 들어서니 기계들이 내는 웅장한 소리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특히 다른 창업공작소에서 보기 어려운 대형장비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각 장비 앞에서는 기계가공 전문가들이 분주히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홍석환 표준연 홍보팀장은 "연구원들의 측정기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여 년전 설립한 공작실을 지난해 4월 창업공작소로 변모시켜 일반에 공개했다"며 "오랜 기간 축적한 정밀기계가공 설비와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있어 수준 높은 멘토링과 설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작실 한 켠에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시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나무로 만든 친환경 일회용 접시 같은 간단한 제품부터 휴대용 정전기 측정장치처럼 복잡한 제품까지 1년 사이 총 16건의 시제품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회전형 하수구 오염물질 제거 스크린'. 하수구에는 낙엽이나 쓰레기 등이 하수종말처리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입구에서 걸러주는 장치가 있다. 기존 제품은 고정식으로 퇴적물이 많이 쌓이면 물이 역류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공작실에 전시된 시제품은 오염물이 어느 정도 쌓이면 갈퀴가 회전하면서 오염물을 통과시켜 물의 역류를 막아준다.
이 기술을 개발한 황동언씨는 토목 관련 일을 하면서 하수구 스크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1년 반 동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 노력했지만, 갈퀴의 회전을 도울 '특수 스프링' 제작에서 번번이 실패에 부딪혔다.
황씨는 "기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해답을 찾기 위해 철강, 스프링 회사 등을 찾아다니며 1억원 가까운 비용을 썼지만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며 "그러던 중 표준연 창업공작소에서 원하는 부품을 설계해주고 시제품까지 제작해줘 그 기술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공작소를 관리하는 윤세원 책임기술사는 "연구소에서 30여 년간 기계를 연구해와 특수 스프링 설계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며 "토목 전문가와 기계 전문가가 만나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이 기술로 지난해 10월 '삼보인프라'라는 벤처를 설립했고, 표준연과 공동 발명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이달 중 공장을 건립해 제품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매출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곳 공작소를 통해 삼보인프라 외 4개 벤처가 세워졌고, 올해중 5곳이 더 탄생할 예정이다.
윤 기술사는 "앞으로 공작소에서 나오는 기술에 대해 창업기업에 기술이전 우선권을 주는 등 창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나영기자 100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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