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900원 붕괴…금리인하 등 통화확장 정책 주문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원·엔 재정환율이 8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확장 정책으로 엔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때 원·엔 재정환율은 899.67원까지 떨어졌다.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2월28일 889.23원(종가) 이후 7년 2개월 만이다.
재정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하지 않은 통화를 달러화와 비교해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라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으로 결정된다.
2012년 6월 1500원대이던 원·엔 재정환율은 통화량 확대에 기반을 둔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최근 9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벗어나기 위해 당분간 양적 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엔화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원·엔 재정환율은 조만간 85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엔저의 영향으로 감소세에 있는 한국 수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엔저는 앞으로 2~3년 간 지속할 것"이라며 "외환당국이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이 통화량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 기업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 일자리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며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은 통화정책보다 정부 측의 구조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망설이고 있다.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은 경기 순환적 요인에 대처하는 단기 거시정책"이라며 "기준금리를 세 번씩 낮춘 나라는 많지 않다"고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았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올 3월에 0.25%p씩 기준금리를 낮췄다.
서영진기자 artj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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