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페루 정상회담서 보건분야 협력… 제대혈은행 17곳 글로벌 진출 시동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페루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두 나라 간 보건분야 협력약정에 '제대혈은행' 설립이 포함되면서 우리나라의 제대혈 보관 기술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대혈은 신생아의 탯줄 속 혈액으로, 출산 시 채취해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본인이나 부모, 형제 등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난치병 치료에 쓰인다. 제대혈에는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근육, 뼈, 신경 등을 만드는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현재 백혈병, 혈액암, 면역질환 등의 치료에 주로 사용되고, 최근에는 뇌성마비와 발달장애 등 뇌·신경계 질환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제대혈은행이 설립돼 있으며, 페루가 위치한 남미에도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 제대혈은행이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부터 제대혈을 의료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17개 제대혈은행이 정부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의원 시절 국가적 제대혈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 법안은 2010년 2월 국회를 통과, 2011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제대혈 보관은 본인이나 가족이 사용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비용을 내고 사설기관에 맡겨 보관하는 '가족 제대혈'과, 공공용으로 기증해 보관하는 '기증 제대혈'로 나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는 가족 제대혈 40만5500건, 기증 제대혈 4만790건 등 총 44만6290건의 제대혈이 보관돼 있다. 이 중 지금까지 기증 제대혈 711건, 가족 제대혈 179건 등 총 890건이 치료 목적으로 이식됐다. 이 수치는 뇌성마비와 발달장애 치료 등 줄기세포 이식과 각종 연구에 사용된 제대혈은 제외한 것으로, 줄기세포 이식과 연구 등에 사용된 제대혈을 포함하면 전체 제대혈 사용 건수는 7000건에 이른다.
누적 보관 건수 20만건 이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는 '셀트리 제대혈은행'을 운영 중인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보관탱크 실시간 원격 감시제어 시스템, 이동형 제대혈 보관탱크, 제대혈 보관탱크 운송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자체 개발해 유핵 세포 수득률 97%, 해동 시 세포 생존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무릎연골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해 국내 신약 허가를 받기도 했다.
제대혈은행 '아이코드'를 운영하고 있는 차병원은 자가 및 타가 제대혈을 이용해 뇌성마비를 치료한 임상 경험이 있으며, 슬러시 질소 난자동결 보존법, 유리화 난자동결 보존기술 등 제대혈 이식 시 가장 중요한 세포동결 기술을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세포치료제를 직접 연구·개발·생산하고 있는 세원셀론텍의 '베이비셀', 숙련된 연구 경험을 보유한 목암연구소 연구원이 제대혈 동결·보존과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녹십자의 '라이프라인' 등도 체계적인 제대혈 보관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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