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SW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현행법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SW사업의 계약을 체결할 때 SW산업 발전과 품질 보장을 위해 적정한 대가를 지급토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시장경쟁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즉 공공정보화 발주시 적정대가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규정이 SW산업 초기에 SW사업자의 기반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기술 및 산업발전의 고도화가 이뤄진 현 단계에서는 시의성이 상실됐다"면서 "국가기관 등의 적정대가 지급의무 규정을 삭제해 SW사업 추진에 따른 대가가 시장경쟁에 의해 결정될 수 있도록 해 SW진흥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위원회에 접수됐다. 그러나 소관부처는 물론 IT업계는 지금도 '제값주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적정한 수준의 대가 지급'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검토의견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및 중소기업청은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SW의 특성상 입찰에서 적정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 비상식적 대가 지급과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 국내 SW산업 경쟁력 약화 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SW업계의 의견 수렴 결과도 다르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 SW산업 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94.1%로 조사됐다. SW산업계는 적정대가에 대한 근거 없이 가격경쟁을 하는 경우, 저가수주에 따른 저품질 SW의 만연, 기업 경영 부실 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SW사업에 대한 대가체계가 바뀌어야 할 때는 됐지만 적정대가를 보장하지 않고 자율경쟁에 맡기는 게 답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SW·IT서비스의 난이도 또는 성과가치 등 SW가치 인정을 위한 대가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관련 산업발전을 위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2013년 1월부터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식지 않는 가운데 현실과 맞지 않는 법안들이 발의되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 SW산업진흥법을 통해 대기업의 공공정보화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출혈경쟁으로 적자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IT시장에 자율경쟁을 도입하자는 게 방향성마저 잃은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차라리 국회의원들이 신경 좀 안썼으면 좋겠다"면서 "적정대가를 고민하지 말라는 것은 육성정책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법 취지와 거꾸로 가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