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가치창출로 연결… 관심 높아져
국내, 컴퓨터·반도체 등 HW부문 연구 특히 부족
정부 출연연 중심 미래 위한 연구기능 강화 시급
국내, 컴퓨터·반도체 등 HW부문 연구 특히 부족
정부 출연연 중심 미래 위한 연구기능 강화 시급
■ 스타트C 코리아
인공지능, 인간과의 경쟁-제9차 과학ICT융합포럼
김창곤 의장(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따른 효율성·생산성 향상 효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기술 발전을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 개발에 균형 있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사회가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토양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창곤 의장=인공지능을 어떤 쪽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국가가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알고리듬 등 SW 측면에서도 열심히 준비해야 하지만, 특히 하드웨어 측면은 전혀 준비를 못 하고 있다. 뉴런을 기본으로 한 뇌 조직과 비슷하게 동작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 하드웨어 쪽 연구가 너무 부족하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연결되지 않은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다.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지만, 정부 출연연이 중심이 돼서 10∼20년 후 미래를 위한 연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출연연이 대학이나 기업이 할 수 없는 앞선 미래를 위한 연구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동안 그런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교수=인공지능을 연구한 지난 20년 중 작년만큼 언론 인터뷰 요청이나 전화 문의가 많았던 적은 처음이다.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인공지능이 이제 사업적으로 곧바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 부가가치를 올리는 게 사업모델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을 닮고,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시도다. 앞으로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은 분명하며, 이제는 어떻게 가느냐를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분명한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다. 지금까지는 프로그래밍을 사람이 머리로 했지만 이제는 막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 등을 통해 기계가 대신 하게 된다. 이 패러다임을 놓치면 다음 20년을 놓치게 될 것이다.
◇이병태 KAIST 교수=인공지능에 대해 너무 겁주는 얘기가 많다. 인류 전체 일자리가 기술 때문에 줄고 있느냐의 문제는 아직 경제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일자리가 개도국에서 만들어지는 글로벌화 영향이 크고, 인구 변화에 따라 일해야 하는 사람의 연령이 높아지는 변화와 기술 변화가 결합된 현상이다. 효율을 높이려면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야 하고, 도구를 만들려면 그 전에 없던 새 일자리가 생긴다. 인류가 수렵생활을 할 때는 일주일에 7일을 일했고, 농경사회에 들어서는 일요일 하루를 쉬게 됐다. 지금은 5일을 일한다.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얘기는 어딘가 부가 쌓인다는 의미이며, 이걸 어떻게 나누고 일자리를 어떻게 나누느냐는 사회적 계약을 통해 바꾸면 된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기준으로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인공지능에 대해 과장된 표현을 많이 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자동차 번호인식 기술만 해도 30년 전부터 개발하던 것이 이제 실용화됐다. 인공지능에는 크게 기호를 처리하는 것과 시그널을 처리하는 것 양대산맥이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두 기술이 통합될 것이다. 시그널을 받아서 기호적으로 처리하고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외국에서 발표된 알고리듬을 금방 숙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바이두 같은 회사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 국내 네이버, 다음카카오도 규모는 작지만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서정연 서강대학교 교수=인공지능 때문에 직업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 자동화된다는 것은 자본 없이도 엄청난 생산성을 낼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혁신을 위해선 '틀'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오픈 소사이어티'라는 사회적 가치관이 소프트웨어 등 기술 발전을 쉽게 만든다. 한국이 이런 능력을 따라가려면 기존 관습과 생활습관, 가치관이 바뀌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특히 교육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곳에 SW가 적용되고 있는데, 교육현장에서는 SW를 안 가르친다. 대학에서도 컴퓨터 전공자만 배우고, 공대 졸업생도 프로그래밍 잘 한다는 비율이 10%도 안 된다. 영국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국어, 수학 가르치듯이 소프트웨어를 가르친다. 이런 게 바뀌어야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갈 수 있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센터장=과연 한국이 인공지능을 잘 쓰는 사회에 적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산업화나 정보화는 앞서 간 선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과거와 경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대화 과정을 보면 근대성을 자신의 과거와 경쟁해서 받아들인 나라가 있고 받아들이지 못한 나라가 있다. 빨리 받아들인 일본은 근대화가 됐고, 과거와의 경쟁에서 받아들이지 못한 중국은 근대화를 못 했다. 우리 경우도 6·25 전쟁 등으로 기존 신분사회가 붕괴하는 바람에 과거와의 경쟁에서 근대화로 나아갈 수 있었고, 초고속인터넷도 과거의 통신 인프라가 좋지 않아 쉽게 도입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도 과거와 경쟁하게 될 텐데, 지금 사회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많다. 전 세계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는 한국 사회 나름의 고민이 담겨야 할 것이다.
◇이조원 한양대학교 석좌교수=하드웨어 쪽이 너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발전 없는 SW는 있을 수 없다. 현재 개발 중인 인공지능 기술은 전부 슈퍼컴을 이용하는데, 당장 트랜지스터 기술 발전상황을 보면 10년 내에 한계에 달한다. 복잡한 뇌를 SW로 구현하려면 많은 층을 두고 계산을 엄청나게 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컴퓨터, 반도체 등 하드웨어 기술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서일홍 한국뇌공학회 회장=뇌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 학습이다. 학습을 통해 예측하는 기능이 아주 중요한데, 인공지능이 이를 흉내 내고 있다. 그러나 인식뿐 아니라 판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연결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경쟁은 크게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인간끼리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시대의 지배자가 됐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잘 쓰는 사람이 지배자가 될 것이다.
◇최준식 고려대학교 교수=심리학자들도 인공지능에 관심 많다. 예측을 보면 앞으로 많은 직업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에 인공지능이 들어올 경우에 그렇고 미래에는 또 다른 직업군이 생겨날 것이다. 자동차도 처음 나왔을 때는 여러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매일 쓴다. 다만 지금 어린 학생들이 자동차 면허증을 따듯이 인공지능을 컨트롤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지, 교육할 콘텐츠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서경학 한국연구재단 융합기술단장=인공지능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가 나아갈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미래를 예측하거나 재난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총체적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집단지성을 빅데이터와 연계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한다면 문제를 예측하거나 해결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산업이 나왔을 때 산업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으로 분석한다면 새로운 방법으로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환 고려대학교 교수=다양한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SW를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단순한 코딩 능력이 아니라 컴퓨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본 사고능력인 '컴퓨터 기반 사고'를 갖춘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윤헌주 미래창조과학부 국장=인공지능으로 인해 결국 인간과 인간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일자리나 부의 분배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 같다. 미래부에서도 미래전략을 수립하며 인공지능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앞으로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인 문제를 같이 고려하도록 하겠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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