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업체 가격공세속 LTE칩 점유율 1년새 15%p 하락
한국 CDMA로 성장발판 마련… 국내기업에 의해 위기국면
한국 CDMA로 성장발판 마련… 국내기업에 의해 위기국면
세계 모뎀칩 시장을 독점해온 퀄컴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95%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해온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칩의 경우 중화권 기업들과 인텔이 경쟁적으로 가세하며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 1분기 모뎀칩 시장점유율 62.4%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포인트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시장점유율과 비교해도 2%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특히 퀄컴이 독식해온 LTE 모뎀칩도 점유율이 80% 밑으로 떨어졌다. 1년 만에 15%포인트 이상 내려앉은 셈이다.
지난해부터 LTE 모뎀칩이 전체 모뎀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급등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모바일 LTE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퀄컴보다는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스프레드트럼, 인텔 등 후발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화권 팹리스 기업의 모뎀칩 가격 공세로 치킨게임이 가속화되자 다른 해외 업체들도 속속 시장을 떠나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브로드컴, 프리스케일 등 반도체업계 강자들이 모뎀칩 사업을 접은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최대 팹리스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마저 철수를 선언했다.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퀄컴의 올해 1분기 실적도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퀄컴의 1분기 매출은 6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1분기(20억달러)보다 33%나 감소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퀄컴의 칩셋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채용해온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엑시노스 칩으로 갈아탄 것이 치명타가 됐다.
퀄컴의 칩셋 사업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한국 기업은 빼놓을 수 없는 '큰 손'이다. 통상 자사 스냅드래곤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 판매가의 2.5~5%를 특허료로 요구하는 퀄컴은 삼성전자 1개 회사에서만 2011년 이후 4년동안 10조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급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에서 동력을 얻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퀄컴이 결국 한국의 삼성전자에 의해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1993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세계 어느 나라도 쓰지 않던 코드분할(CDMA) 방식을 국내 표준으로 정하면서 퀄컴의 중장기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스마트폰 시대에 퀄컴의 칩셋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전 세계를 휩쓸며 퀄컴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퀄컴은 원천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LTE 모뎀칩 기술력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며 "하지만 모바일 64비트 프로세서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1차적 원인을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놓친 것이 최대의 패착이 됐다"고 설명했다 .
황민규기자 hmg8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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