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기업 무덤’독특한 문화탓… 순위 16계단 하락
삼성전자가 '삼성'이라는 브랜드까지 지우며 일본 시장에 야심차게 갤럭시S6를 출시했지만, 현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 기업의 무덤으로까지 불리는 독특한 문화 탓에 삼성전자가 유독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일본의 IT기기 시장 조사업체인 BCN에 따르면 지난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일주일 간 일본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에서 갤럭시S6 엣지는 26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보다 한 주 앞선, 출시 첫 주에는 10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지만, 한 주만에 16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출시 첫 주 17위를 보였던 갤럭시S6도 그 다음 주 30위로 하락했다.
갤럭시S6의 판매 부진은 유독 일본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에서 갤럭시S6 시리즈는 스마트폰 판매 순위에서 상위 5위권 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독일 아마존 신제품 판매 순위에서도 갤럭시S6와 엣지가 나란이 2위, 3위를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일본보다 약 일주일 앞서 출시된 중국시장에서는 S6 사전 예약판매량이 전작인 S5의 4배를 웃돌기도 했다. 인도에서도 선주문만 4만대를 기록해 갤럭시S5(1만대) 선주문량을 훨씬 웃돌았다. 폰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갤럭시S6의 예약판매량도 전작의 두 배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갤럭시S6가 유독 일본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동양 기업 진출이 쉽지 않은 일본 고유의 문화특성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1945년부터 1952년까지 7년간 미군정 점령기를 겪으면서 '서양 최고, 동양 아웃'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맥아더 신드롬'을 경험했다.
이는 예외적으로 애플이 일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애플 아이폰6은 일본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 10위권 내 애플 제품은 6개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삼성은 동양 제품에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뚫기 위해 지난달 23일 일본에 갤럭시S6를 출시하면서 삼성 로고를 지우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반한 감정이 확산하고 있는 점도 삼성 갤럭시S6의 일본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동양계 기업의 진출이 특히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며 "특히 휴대전화와 IT 업종은 경쟁이 치열한 데다, 일본 자국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 국내 기업 선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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