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농촌진흥청 등 융합연구
열화상·3D카메라 등 ICT 활용
생장정보 획득해 최적환경 구축
신종자 개발·생산성·품질 향상
2017년까지 8000개 농가 보급
열화상·3D카메라 등 ICT 활용
생장정보 획득해 최적환경 구축
신종자 개발·생산성·품질 향상
2017년까지 8000개 농가 보급
■ `미래농업` 길을 열어라
(4)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 만든다
'월가의 인디애나존스'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 서울대 학생들에게 "MBA가 무슨 필요가 있나. 당장 농과대로 가라"고 조언했다.
20년 후를 내다봤을 때 농업이야말로 최고의 투자처라는 것이다. 실제 세계 농업·식량 시장은 지난해 3000조원 이상(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집계)으로 자동차, 반도체를 합친 규모보다 크다. 세계적 투자자와 석학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농업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선 농업이 평가 절하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청년 귀농이 이어지는 이 시점에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농업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농업을 미래성장 산업으로 지목,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농업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2017년까지 스마트팜을 8000개 농가에 보급, 3년간 5조7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온실개폐 및 관수, 온·열풍기 가동, 농약 살포, 농장 보완관리 등을 원격으로 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겠다는 것.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농촌진흥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가핵융합연구소 등이 융합연구를 통해 농가에 적용 가능한 보급형 스마트팜 모듈을 개발하기로 했다.
동급수장치. 필요한 조건에 맞는 물을 제공한다. 사진=KIST 제공
특히 KIST는 '데이터 기반 농업'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식물 성장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환경을 갖춘 스마트팜을 구축해 작물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자는 것. 그동안 국내에서 선보인 스마트팜은 온실 자동화에만 초점을 맞춰, 식물 생장에 대한 근원적 접근은 못 하고 있다. 외산 시스템에 의존해 자칫 국산 작물의 생태나 기후와 잘 맞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KIST는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 모델과 흡사한 스마트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식물 전문 연구원이 작물 생육상태를 진단하고, 실제 유리온실에서 로봇, 3D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 측정장비를 통해 생육상태 데이터를 획득·종합한 후, 이에 맞춰 또 다른 전문 개발진이 유리온실 제어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완성한 시스템을 농장에 기술이전하고 기업과 연계해 유통구조 혁신까지 꾀하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구현된다.
쓰인다. 사진= KIST 제공
KIST는 강릉분원 천연물바이오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서울 본원 영상·분광·센서·로봇 연구팀, 국립종자원, 농우바이오와 협력해 지난해 첨단 ICT를 활용한 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강릉분원에서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싹을 틔우고 있다.
연구동 옥상에는 디지털 피노타이핑 설비가 구축돼, 식물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이동하면 곳곳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3D 카메라가 생육상태 정보를 포착한다. 이 데이터를 연구원들이 분석해 1층 식물공장의 재배설비에 적용해 최적의 환경을 구축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녹즙용으로 쓰이는 케일과,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약용식물인 이고들빼기가 자라고 있다. 연구를 주도하는 김형석 박사는 "최근 농업·IT융합의 대표 모델로 소개되는, 스마트폰으로 온실 천장을 개폐하고 온도를 제어하는 기술은 네덜란드에서도 초창기 모델"이라며 "사람이 편한 방식으로 만들었다가는 작물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농업 디지털화는 작물 생장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해 IT 기술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식물 생장에 초점을 두고 IT를 융합한 한국형 스마트팜이 완성되면, 국산 신종자 개발은 물론 신약이나 식품 원료에 쓰이는 특용 작물을 균일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어 농가 소득증대와 관련 산업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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