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품질·생산성 향상 '생육 데이터' 기반
IoT 등 적용 과학기술 농업 플랫폼 마련할 것
IoT 등 적용 과학기술 농업 플랫폼 마련할 것
■ `미래농업` 길을 열어라
(5) 인터뷰 / 오상록 KIST 강릉분원장
국내 로봇 지능제어기술 분야 '1인자'로 꼽히는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장은 요즘 그동안 살아온 '연구 인생'과 언뜻 어울리지 않는 주제에 꽂혀있다. 바로 '한국형 농업·IT 융합모델' 개발. 한국이 보유한 과학기술과 ICT를 결합한 '데이터 기반 농업' 시스템과 생태계 구축이 그가 결론 내린 미래 농업이 갈 길이다.
그는 "단순한 기술 융합에서 벗어나 작물의 생장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농업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왜 농업이 화두인가.
"최근 '만일 세계 3차대전이 발발한다면 식량전쟁'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더 심해지면, 결국 안정적 식량 확보가 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12년 기준 23.6%(사료 포함)에 그친다. 국가안보 차원의 안정적 식량 확보를 위해 농업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OECD '2030년 바이오경제 보고서'는 농업을 통한 작물 생산이 먹거리 확보뿐 아니라 제약, 식품, 화장품, 바이오산업 원료, 에너지 부분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듀폰 등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에서 농생명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농업이 생존을 위한 먹거리 확보뿐 아니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진 농업국과 우리나라 농업기술 수준을 비교하자면.
"네덜란드에선 하드웨어 측면에서 농업과 IT 융합이 활발하다. 하루 3만 개 호접란을 출하하는 7헥타르 면적 유리온실엔 로봇, 자동이송장치, RFID 태그, 시각검사장치 등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일하는 직원은 30여 명밖에 안 된다. 시설 대표가 "농업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니라 경영"이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로봇을 전공한 입장에서 자동화 시스템은 크게 부럽거나 못 넘을 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소프트웨어(SW) 격차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농업에 각종 센서와 데이터 처리기법을 도입, 우월한 농작물 생산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온도 조건만 해도 대략적인 높고 낮음 정도가 아니라 성장단계별 최적 성장을 위한 1도 단위 온도 데이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IT와 농업 융합이 시도되지만 주로 자동화나 편리성 위주로 하드웨어 측면만 강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농업·IT 융합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농업·IT 융합의 근본적 이유는 지금까지 개인적 경험이나 노하우에 근거했던 농업을 정확한 데이터 기반 과학기술 농업으로 전환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작물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건, 즉 데이터를 확보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설 자동화, 첨단화 등 하드웨어적 융합 정책과 함께 농업의 근본을 업그레이드하는 SW적 융합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KIST가 개발하는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은 어떤 모습인가.
"정확한 생육데이터 기반 과학기술 농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환경에 따른 작물 생육 정보를 데이터화한다. 온도, 습도, 광량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작물 생육 정보와 식물 생리활성 정보를 데이터화할 예정이다. 이들 데이터는 작물별 최적 생육데이터로 가공해 농업 분야 기업들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센서, IoT, 빅데이터 등 IT를 융합할 계획이다. 또 기존 시설이 주로 먹거리 생산에 주력했다면 우리 스마트팜은 경제성 확보를 위해 식의약품, 화장품 소재 등 고부가가치 작물을 우선 재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팜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데이터 기반 과학기술 농업의 새 패러다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데이터 또는 피노타이핑이 중요한 이유는.
"작물 데이터는 크게 유전적 데이터와 외형형태적(phenotyping) 데이터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최근 많이 연구되는 게 피노타이핑 분야이다. 피노타이핑은 작물이 환경 변화에 따라 보여주는 외형 정보다. 즉 토마토 과실 색깔과 형태를 통해 재배환경이 쾌적한지, 물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전에 사람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재배해 왔다면 정량화된 생육데이터를 활용하면 좀더 정확하게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작물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 농업회사인 프라바에 걸린 'The plant knows the best!'라는 문구가 이를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농업 혁신을 위한 계획은.
"고부가가치 천연물의 최적 생육조건을 찾아내는 스마트팜을 고부가가치 작물별로 환경변화에 따른 최적 생육 조건을 찾아내고, 이를 천연물 식의약품·향장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표준화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로봇, IoT, 센서, 빅데이터 같은 첨단 IT를 농업과 융합해 선진화된 농업 플랫폼을 갖추고 이를 통해 재배·생산부터 제품화까지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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