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안보 강화… 상대국 IT장비 수입 '봉쇄'
자국 IT산업 육성·강화 '신종 보호무역' 조짐
한국도 자체기술 확보 등 대응 방안 마련 시급
자국 IT산업 육성·강화 '신종 보호무역' 조짐
한국도 자체기술 확보 등 대응 방안 마련 시급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안보를 이유로 IT 국수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사이버 신 냉전'까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의 IT 지배력에 종속된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자국 IT산업 보호 및 사이버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상대국의 ICT기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ICT기업을 견제하는 미국과 강력한 내수를 무기로 맞불을 놓고 있는 중국 사이에 긴장이 심회되면서 IT 국수주의 혹은 신종 보호무역주의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 안보' 논리에 근거한 미국의 IT 국수주의는 지난 2011년 국가 무선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면서 표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2013년 미국 의회는 중국 화웨이와 같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기업은 국가 기간망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정부지출법안'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최근 미국 상무부는 슈퍼컴퓨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인텔의 중국 진출을 제한한 데 이어, IBM x86서버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를 견제하기 위해 미 해군 등 국방 영역의 IBM 장비를 걷어내는 등 노골적으로 중국 ICT 기업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오히려 더욱 강력한 제재 법안을 들고 나와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향후 4년간 중국 내 모든 은행의 IT 장비를 '안전하면서도 제재 가능한 것'으로 교체하는 '은행 정보기술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는 자국 내 해외 IT기업을 대상으로 소스코드 개방, 데이터 접속 장치 마련 등을 골자로 한 '반테러법'을 시행키로 했다. 사실상 이 법 모두 IBM, 오라클, HP, EMC 등 미국 IT기업의 발목잡기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조달품목 중 시스코, 애플, 오라클 등 미국기업 제품을 배제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간 심화되고 있는 긴장모드의 원인은 안보위협이 가장 크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국IT산업 육성이라는 경제논리가 숨어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보안 전문가는 "데이터가 가장 큰 무기인 현 시대에서 이를 보관하고 운영하는 IT장비는 안보와 경제논리를 모두 포괄하는 핵심 요소"라며 "미국과 중국은 이 데이터를 자기가 원하는 곳에 두고 원할 때 보고 싶어하는데, 이 가치가 충돌하면서 IT 국수주의 혹은 신 보호무역주의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두 나라에 IT산업이 종속된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ICT 솔루션은 물론 생태계까지 호령하고 있는 미국과 부품산업, 거대 시장을 잡고 있는 중국 간의 긴장 속에서 자체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 여러 대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가 재난망 사업만 보더라도 중국은 화웨이를 통해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는 공공연하게 화웨이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처럼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장비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니 IT 자주권은 물론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dt.co.kr
지난달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자국 IT산업 보호 및 사이버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상대국의 ICT기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ICT기업을 견제하는 미국과 강력한 내수를 무기로 맞불을 놓고 있는 중국 사이에 긴장이 심회되면서 IT 국수주의 혹은 신종 보호무역주의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 안보' 논리에 근거한 미국의 IT 국수주의는 지난 2011년 국가 무선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면서 표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2013년 미국 의회는 중국 화웨이와 같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기업은 국가 기간망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정부지출법안'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최근 미국 상무부는 슈퍼컴퓨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인텔의 중국 진출을 제한한 데 이어, IBM x86서버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를 견제하기 위해 미 해군 등 국방 영역의 IBM 장비를 걷어내는 등 노골적으로 중국 ICT 기업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오히려 더욱 강력한 제재 법안을 들고 나와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향후 4년간 중국 내 모든 은행의 IT 장비를 '안전하면서도 제재 가능한 것'으로 교체하는 '은행 정보기술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는 자국 내 해외 IT기업을 대상으로 소스코드 개방, 데이터 접속 장치 마련 등을 골자로 한 '반테러법'을 시행키로 했다. 사실상 이 법 모두 IBM, 오라클, HP, EMC 등 미국 IT기업의 발목잡기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조달품목 중 시스코, 애플, 오라클 등 미국기업 제품을 배제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간 심화되고 있는 긴장모드의 원인은 안보위협이 가장 크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국IT산업 육성이라는 경제논리가 숨어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보안 전문가는 "데이터가 가장 큰 무기인 현 시대에서 이를 보관하고 운영하는 IT장비는 안보와 경제논리를 모두 포괄하는 핵심 요소"라며 "미국과 중국은 이 데이터를 자기가 원하는 곳에 두고 원할 때 보고 싶어하는데, 이 가치가 충돌하면서 IT 국수주의 혹은 신 보호무역주의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두 나라에 IT산업이 종속된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ICT 솔루션은 물론 생태계까지 호령하고 있는 미국과 부품산업, 거대 시장을 잡고 있는 중국 간의 긴장 속에서 자체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 여러 대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가 재난망 사업만 보더라도 중국은 화웨이를 통해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고, 미국 정부는 공공연하게 화웨이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처럼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장비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니 IT 자주권은 물론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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