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반도체+화학+자동차'보다 더 큰 시장규모 전망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국산 바이오 신약 잇단 성과 불구
생명윤리법 등 연구범위 과도한 제한 산업현장 곳곳 '암초'
규제 해소 안되면 경쟁 낙오… 국가차원 적극 지원 시급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국산 바이오 신약 잇단 성과 불구
생명윤리법 등 연구범위 과도한 제한 산업현장 곳곳 '암초'
규제 해소 안되면 경쟁 낙오… 국가차원 적극 지원 시급
'제약산업 점유율 1.6%, 의료기기산업 점유율 1.2%'
지난해 1조4000억달러(약 1550조원) 규모를 기록한 전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현주소다. 바이오헬스 시장은 오는 2024년이면 현재 한국의 3대 주력산업인 반도체·화학·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바이오헬스 분야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이오경제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에도 기회는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 서비스에 융합한 '디지털헬스'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유전자치료제 세계가 '주목'=최근 국내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신약이 연달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주목을 받고 있다. 10년이 넘는 개발기간을 거쳐 '글로벌 신약'으로 탄생하기 위한 마지막 문턱에 도달한 것이다.
가장 최근 FDA로부터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무릎 연골이 변형되거나 없어져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신약이다. 이 약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존 치료제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 '세포·유전자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이 약에는 정상인의 연골세포와 함께 연골 재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주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들어있다.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한다면 단순히 통증을 줄이거나 진행을 늦추는 정도가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첫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인보사 같은 유전자치료제는 유전자를 조작해 치료 유전자로 만든 뒤 세포에 주입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몸 안에 들어온 치료 유전자는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교체하거나, 세포 밖으로 치료물질을 분비해 질병을 치료한다. 인보사를 비롯해 바이로메드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과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 등 국내 업체가 개발한 유전자치료제가 올해 FDA로부터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유전자치료제는 지난 2012년 유럽에서 희귀 유전질환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을 치료하는 '글리베라'가 처음 허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시장 형성을 시작한 영역이다. 이 시장은 올해 3억1600만달러에서 매년 60% 이상 성장해 2017년에는 7억9400만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신약' 위해선 규제부터 풀어야=전 세계 제약 시장을 주름잡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인 유전자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R&D 투자를 시작했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생명공학기술(BT) 분야 기술 격차가 6년 정도인데 비해 유전자치료제 분야는 3.8년 정도로 비교적 적어 단기간에 추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 연구현장에서는 연구비 지원보다 규제 해소가 훨씬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 연구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이 꼽힌다.
생명윤리법 47조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에 관한 연구는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 밖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 등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허용한다고 한정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인간의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혁신적인 치료 방법인 만큼 아직 돌연변이 같은 안전성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생명윤리법처럼 특정 질병을 거론하거나 추상적인 표현으로 연구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국내법은 과도하게 연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전자치료제 업계는 "유전자 치료의 윤리 문제는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세계적으로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신약 개발 관점에서 안전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유전자 치료제 연구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바이오헬스 산업 현장 곳곳에 '규제 암초'=바이오의약품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와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규제가 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구글, 애플, 삼성 등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의 참여로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는 디지털헬스 산업의 경우 앞선 ICT 역량과 의료 자원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음에도 불구,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원격의료 허용' 논란에 가로막혀 시장선점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기기 자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과 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 허가 과정의 중복 평가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규제정책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 '싹'을 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국내 기업이 규모와 기술 수준에 맞는 분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육성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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