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기술 무역수지 적자 벗어나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0802102351103001[1].jpg "[DT광장] 기술 무역수지 적자 벗어나려면")
반세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일궈냈다. 천연자원이 풍부했던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발전을 위한 인프라도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풍토와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으며, GDP대비 연구개발 투자비는 4.15%로 세계 1위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순위는 26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많은 질타를 받는 것이 만성적인 기술무역수지 적자다. 기술무역은 기술지식과 기술서비스 등과 관련된 국가 간의 상업적인 거래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수지는 0.5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해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일까. 과학기술투자의 효율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기술무역수지 적자다. 기술무역수지를 과학기술투자의 산출로 보기에 그렇다. 물론 기술무역은 과학기술투자의 산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투자가 상당했으니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해 변명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상품무역으로 성장한 국가다.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해 그 기술을 응용해 제품을 만들고 상품화해 수출했다. 도입기술에 응용기술과 현장기술을 개발해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수출을 통해 국부를 축적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세계 8대 무역강국이 됐다. 글로벌 선도국인 스위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기술무역수지는 적자이지만 상품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는 점차 개선돼가고 있다. 비록 OECD 하위권이지만 기술무역수지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기술무역에 대한 관심이 최근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투자가 높은 우리나라는 기술무역수지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무역, 기술거래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기술혁신 주체 간 협력과 개방형 혁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우리 기업의 경우 기술거래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2014년 수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술무역 거래실적이 없는 기업의 84.3%가 자체 기술개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기술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조사방법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술도입과 기술수출의 자료원이 상이하게 집계되고 있다.
기술도입의 경우 한국은행의 외환거래 실적을 바탕으로 하지만, 기술수출의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기술무역통계가 국가승인통계이기는 하지만 기업이 반드시 응답해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게다가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증대되며 기술거래와 관련된 사안을 대외비에 준해 관리하기 때문에 설문에 불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진단조차 되지 않는데 어찌 병을 고칠 수 있겠는가.
또한 정부부처 간 긴밀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기술무역통계조사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무역수지 개선과 같은 정책 현안은 통계를 담당하고 있는 단일 부처에서 개선할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서 원천자료 확보와 관련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도움이 있어야 하며, 상품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등의 관심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기술무역, 상품무역과 관련된 유관기관의 긴요한 협업도 중요하다. 무역전문가 양성뿐만 아니라 기술무역 전문가도 양성돼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활동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기술무역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문제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산·학·연·관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기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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