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0.25%p ↓ '사상최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한 내수마저 타격을 입으면서 경기가 더 깊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대응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1.75%에서 사상 최저치인 연1.50%로 0.25%p 인하했다. 3월 연2%에서 연1.75%로 0.25%p 낮춘 뒤 3개월 만의 추가인하다. 이로써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를 총 4차례, 1%p 낮췄다. 지난해에는 8월과 10월에 각각 0.25%p씩 기준금리가 낮춰졌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미진한 경기회복 속도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경기가 더 깊은 침체기에 빠지는 것을 막는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국내 경기는 수출부진에 따른 생산둔화, 내수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하방 위험이 확대될 것"이라며 "거시경제 흐름에 생긴 하방 위험이 심화되지 않도록 먼저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 상황은 좋지 않을뿐더러 회복 기미도 미약하다. 한은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3월 -2.7%, 4월 -0.8%로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고, 4월 건설투자액은 전달보다 2.6% 줄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의 경우 5월 424억달러로 1년 전보다 10.9% 감소했다. 통관기준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9%에서 올 1분기 -2.9%로 크게 꺾였다. 4월 제조업 생산 역시 1.3% 줄었다.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취업자 수는 5월에 전달보다 2만2000명 줄었고, 실업률은 3.9%로 0.2%p 치솟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담뱃값 인상 효과(0.58%p)를 제외하면 실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소비심리가 소폭 회복돼 4월 소매판매는 1.6% 늘었지만, 메르스 여파로 또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확산된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이 입국을 취소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의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 투자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못 내겠지만, 메르스로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 심리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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