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슬란은 지난달 전월과 비교해 47.8% 하락한 504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달 판매한 국내 완성차 53개 모델 가운데 전월보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판매율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달 계속해서 이어진 아슬란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최하위 트림의 가격을 최대 95만원까지 낮추고 옵션을 확대 적용하는 특별 판촉을 진행했다. 현대차 보유 고객 할인과 재고 모델 할인 등을 더할 경우 최대 600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해, 아래 등급 차종인 그랜저나 같은 등급의 아슬란 중고차보다도 저렴해지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란의 판매 실적은 오히려 곤두박질친 것이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아슬란에 대한 할인 정책을 더 강화해 시행한다. 이달부터 아슬란 구매 고객에게 '100만원 할인 또는 30만원 할인+2.6% 저금리'를 제공한다. 지난달까지 현대차는 아슬란 이상 고급 세단에 대해 이 같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 또 현대캐피탈 리스·렌트로 아슬란을 구매한 고객에 대해 전월보다 두 배 올린 100만원을 현금 할인해준다.
현대차는 지난달과 다르게 이달 실적부터는 할인 정책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가격 인하 발표 이후 늘어난 계약 건수를 실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가격 인하 발표 이후 아슬란 최하위 트림의 일일 계약 건수는 30여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가격 인하 이전 일일 계약 건수(20여대)와 비교해 50% 신장한 것으로, 이런 추세라면 다음 월간 실적 발표부터는 1000대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현대차는 바라보고 있다.
아울러 아슬란의 본격적인 위기 탈출은 수출 모델을 출시하는 시점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이 기간에 에쿠스, 제네시스, K9 등 현대·기아차 3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증가한 7566대를 판매했다. 이들 고급차의 판매 실적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전체 점유율 7.9%를 크게 웃도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차별화한 전륜구동 아슬란이 미국 등 해외 주요 수출국의 고급차 시장에서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결국 자신만의 자리를 구축하지 못하며 실패한 분위기지만, 정숙성과 고급 편의사양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중국시장에서는 또 다른 반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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