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투자·수출 등 부진
메르스 겹치며 비관론 커져
메르스 겹치며 비관론 커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거시경제 회복속도가 주요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소비, 투자, 수출 등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지속 성장 가능성이 미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까지 겹치며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주요국 경기 회복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경제 지표 8개의 금융위기 전후 증가율에서 한국이 주요 8개국 중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8개국은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대만, 홍콩, 한국, 싱가포르다. 8개 지표는 국내총생산(GDP)와 민간 소비, 실업률, 투자, 수출, 수입, 주가지수, 주택가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장률은 2006~2007년 평균 5.3%에서 2013~2014 평균 3.1%로 떨어졌다. 민간소비(4.8→1.8%), 투자(4.3→3.2%), 수출(9.3→3.4%), 수입(16.9→0.6%), 주가지수(25.4→1.3%), 주택가격(7.6→0.5%) 등이 하락했다. 실업률은 3.3%로 같았다.
반면 미국은 성장률(2.2→2.3%)과 투자(0→5%), 주가지수(14.7→15.3%), 주택가격(1.9→9.9%) 등 실물 대내 부문과 자산 부문의 4개 지표에서 증가율이 상승했다.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이 투자 증대와 실업률 감소, 주가지수 ·주택가격 상승, 민간 소비 증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도 실업률(4→3.8%)과 투자(0.9→2.9%), 주가지수(16.8→31.1%) 등 3개 지표가 회복됐다. 독일(민간소비·실업률·주택가격)과 대만(민간소비·투자·주택가격)도 개선세를 나타냈다.
김윤진 한경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팽창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지만, 주식과 주택가격 상승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같은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민간소비가 촉진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회복속도는 올해에도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올해 메르스가 잇달아 터지며 회복세로 돌아설 기회를 놓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경제 지표를 보면 5월 수출은 전달보다 10.9%나 감소했고, 물가상승률도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한은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1.5%로 인하했지만, 메르스 여파로 효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한경연은 메르스가 8월까지 지속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0조922억원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1.31%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기관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도 미진한 회복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경연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로 0.6%p 낮춰 잡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예상치를 3.8%에서 3%로 하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전망치를 3.5%에서 3%로 내렸다. 경제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1%에서 2%대로 낮출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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