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항체 없어 치명적 '인류 위협'
동물과 인간사이에 전파되는 병원체
메르스·사스·신종플루 등 공포 확산
전파경로 복잡 · 다양해 관리 어려워
한국도 '위험'… 위기 대응 강화해야
동물과 인간사이에 전파되는 병원체
메르스·사스·신종플루 등 공포 확산
전파경로 복잡 · 다양해 관리 어려워
한국도 '위험'… 위기 대응 강화해야
국내에 전파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박쥐에서 시작해 낙타를 거쳐 인간으로 전염됐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메르스를 비롯,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등 최근 몇 년 새 급증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신종 전염병의 75%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와 진화한 바이러스입니다. 이렇게 동물과 인간 사이에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합니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척추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질병을 말하지만, 동물이 전염의 주요 매개체로서 중요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과 동물에 공통으로 감염될 수 있는 질환들을 총칭합니다. 병원체 전파는 직접전파와 매개곤충 또는 기타 매개물에 의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인수공통전염병을 야기하는 병원체도 기생충과 같은 큰 것에서부터 원생동물, 세균, 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인류의 새로운 위협= 인수공통전염병은 동물이 먼저 갖고 있던 병이어서 사람에게는 항체가 없는 탓에 더 치명적입니다. 또 병원체를 매개하는 동물과 사람을 모두 통제해야 하는 데다 바이러스의 잦은 돌연변이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시기 간격이 짧아지고 있어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인간과 관련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은 120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약 30∼40%가 국내에서 발병 가능한 것으로 예측됩니다. 2000년 이후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등 대유행(펜더믹) 가능성이 있는 신종 전염병 종류와 발생 빈도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신종플루의 경우 2009∼2010년 국내에서 75만명의 확진 환자와 26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358만명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2010년 기준 1만8000명을 돌파했습니다.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신종 전염병들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6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당시 2003년 사스 같은 수준으로 발병할 경우, 연간 8000억달러의 세계적인 경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 바 있습니다.
국내 경제연구원들의 분석에 의하면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으로 국내 연간 GDP가 0.4∼9.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고, 이 질병이 국내에서 창궐할 경우 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전망됐습니다. 실제로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 재정 지출은 3070억원에 달했고, 경제적 피해액만 약 6324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반면 사스, 조류독감 등 27개 감염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위기대응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전파경로 다양해 관리 쉽지 않아= 인수공통전염병의 병원체들은 생존 주기 동안 중간에 인간이 아닌 척추동물이나 무척추동물 등을 거치기 때문에 이들의 감염경로를 이해하려면 자연에서 병원체가 어떻게 생존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들의 감염경로는 생태계가 다양한 만큼 복잡하고 지리적, 시간적, 계절적 변이가 심해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질병의 전파양상도 매우 다양한데, 라임병같이 복잡한 생활환경에서 여러 동물을 거치는 질병이 있는가 하면, 광견병같이 단순하게 직접 전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이나 살모넬라(Salmonella)처럼 공통의 매개물을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인수공통전염병은 한 가지 이상의 전파경로가 있습니다. 진드기가 감염된 동물을 물거나, 에어로졸 형태나 또는 오염된 땅에 접촉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습니다. 또 자연 숙주 간 전파와 자연 숙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기전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한타바이러스나 아레나 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의 에어로졸이 공기 매개로 인간에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쥐와 쥐 사이의 전파는 직접접촉 전파로 이뤄집니다. 황열병이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병같이 사람에게 모기 등의 곤충에 의한 매개로 전파되기도 합니다.
인수공통전염병은 비교적 지리적 분포가 뚜렷하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태평양의 수온이 증가하거나, 강우의 변화가 생기면 생태계 환경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생태계 환경에 직접 영향을 받는 인수공통전염병들도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국가 차원 대응체계 구축 필요= 외국의 경우 인수공통감염병을 관리와 관련한 기본적인 연구들이 풍부하고, 실제 전염병 사업에 적용할 때 비용·편익분석 등 필요한 연구결과가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또 위성을 이용한 지리정보시스템 등의 새로운 정보기술이 전염병 관리에 많이 동원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해 요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고, 연구성과나 결과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 국가적으로도 법정 전염병 외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접근 전략과 감시상황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과 가축사육의 행태, 전반적 위생상태 불량 등 인수공통전염병의 유행과 새로운 질병의 출현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형편입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인수공통감염병 대응 센터를 운영해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BSL-4' 등 최고등급의 생물안전 밀폐시설을 확보해 고위험성 인수공통감염병 연구를 위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남도영기자 namdo0@
도움말=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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