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자금지원 잇단 지적
인력감축 등 체질개선 안돼
저가경쟁 심화 부실 악순환
인력감축 등 체질개선 안돼
저가경쟁 심화 부실 악순환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중견 조선사와 채권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견 업체들이 채권단 추가 지원과 수주 재개로 활로를 열고 있지만 근원적인 체질개선과 경영회복을 달성키 쉽지 않고, 저가 수주 경쟁이 이어져 악순환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SPP조선은 최근 해외선사와 5만WT급 탱커 2척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SPP조선은 우리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지난 4월 485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받았는데, 이 지원에는 "채권단과 협의 없이 추가 수주를 진행치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수주 물량을 먼저 소화하고 일감 규모에 맞춰 인력을 추가 감축한 후 신규 수주를 진행하는 것이 채권단 구상이다. 이는 선박 가격이 낮게 책정된 상황에서 일감을 수주할수록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는 STX조선해양도 최근 마셜제도에 있는 선사와 중형 유조선 LR1 탱커(7만4000t급) 8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3000억원을 회생 자금으로 단독 지원키로 결정하고 이중 900억원을 선지급했다.
외견상으로는 중견 업체들이 채권단 추가 지원을 받고 신규 수주에 나서 활로를 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에서 조선사 지원 및 회생 계획과 관련해 강도 높은 추궁을 받았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정무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우리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추가 지원을 단행하는 것이 대규모 결손을 낳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왜 수출입은행이 이를 강행하느냐"는 추궁을 받고 "성동조선해양 전망에 대한 평가는 채권은행별로 다르며, 법정관리에 돌입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을 요청받은 한진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모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에 투입한 금액은 5조원에 육박한다. 홍기탁 산업은행장도 "대우조선해양이 STX 프랑스를 인수하도록 강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취지의 추궁을 받고 이를 부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화한 조선사 중 자금을 수혈받아 여력이 생겨 저가수주를 하는 곳이 나오고, 이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다른 업체도 저가수주 경쟁에 뛰어들게 만든다"며 "이는 결국 건실한 중대형 업체들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데, 이런 악순환이 수년째 이어지며 조선업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정답인데, 이는 고용문제와 직결돼 해당 지역민과 지역구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 마련이다. 채권은행도 차마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지원을 거듭하다 부실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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