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등 글로벌 업계 '러시아 엑소더스'속 생산 유지 … 5월 '엑센트' 판매 1위 선방
실익보다 점유율 확대 주력 '뚝심경영' 주목
실익보다 점유율 확대 주력 '뚝심경영' 주목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침체가 극심한 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유지, 점유율 확대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사진) 특유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할지 눈길을 모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M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서 생산하던 오펠과 캐딜락 등을 벨라루스의 현지 합작회사 유니신(UNISIN)으로 이전키로 했다. 앞서 PSA는 칼루가주 공장의 푸조, 시트로엥, 미쓰비시 모델 생산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폭스바겐은 공장가동률을 축소하고 직원 수를 감축했다.
러시아는 독일에 이어 유럽 자동차 시장 2위 국가로 부상했으나 유가 하락과 루블화 불안정으로 경제상황이 악화해 시장 규모가 급감했다. 유럽 비즈니스협회 통계에 따르면 1~4월 중 러시아 신차 판매대수는 51만6000대에 그쳐 전년에 비해 37.7%나 감소했다. 현지 생산, 판매를 통해 루블화를 취득한 후 이를 달러로 교환하는 글로벌 업계는 루블화 가치 하락 직격탄을 맞고 판매 부진까지 이어지자 '러시아 엑소더스'에 나섰다.
반면 현대차는 엑센트가 지난 5월 러시아에서 1만654대가 팔려 판매 1위에 오르며 선방하고 있다. 기아차의 뉴 리오도 7460대 판매로 3위에 올랐다. 현지 생산을 유지하며 판매 강화에 나선 덕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분기 현대·기아차의 부진한 실적에 '대노'하며 그룹 전반의 분발을 촉구했으나 "신흥국 생산과 판매를 줄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글로벌 업체가 러시아 못지 않게 고전 중인 브라질 시장에서도 비슷하다. 1월부터 4월까지 브라질 자동차 산업수요는 86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감소했다. 이 기간 피아트, GM,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각각 -30.3%, -21.9%, -25.3% 감소했다. 업계는 "브라질 시장 침체가 심화하면 글로벌 업계가 러시아에서처럼 '엑소더스'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한다. 현대·기아차도 7만1387대를 팔아 전년 동기와 비교해 8.3% 감소했지만 누적 시장점유율은 7.4%에서 8.3%로 상승했다. 브라질 현지 전략 차종 HB20의 판매 호조에 힘입은 것인데, HB20의 후속 모델을 선보여 하반기 이후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17년 만에 누적 생산량 600만대를 돌파했고 정 회장은 최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한 후 "인도 제3 공장 건립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업계가 현지 시장에서 발을 빼는데 현대차는 '정주행'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인데, 이의 실익을 둔 우려도 있다. 신흥국 점유율 상승은 소형 전략 차종 비중이 높아, 판매 점유율 증가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 규모가 급감, 점유율 확대에 성공해도 실질 판매 대수는 감소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 측은 "브라질, 인도 등 인구는 많으나 자동차 보유 비율이 높지 않은 신흥국은 경제가 안정화하면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당장 어려워도 경쟁력 유지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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