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불안 장기화 전망 … 최근 초대형 수주 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 영향 촉각
7일 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이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 경제불안과 유동성 경색 장기화가 점쳐짐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가 받을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해 기준 4252척, 약 3억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며 세계 최대 해운국가로 꼽힌다. KOTRA 아테네 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1~5월 우리 기업의 대 그리스 수출은 1억64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와 비교해 73%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의 그리스 수출 중 선박의 비중은 86%를 차지한다. KOTRA의 올 상반기 수출 통계에 개별 품목의 비중이 분류되진 않았으나 그리스 경제난으로 인해 조선업이 받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전통적으로 그리스 시장을 '텃밭'으로 해온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15만6000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안젤리쿠시스그룹은 그리스 해운시장 점유율 7.1%를 차지하고 있는 1위 회사로, 대우조선해양은 안젤리쿠시스로부터 그동안 총 84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연이어 초대형 수주에 성공하고, 구조조정을 거듭해온 중견 업체들도 어렵사리 수주를 재개해 모처럼 활력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는 달가울 수 없는 악재로 꼽힌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그리스 주요 선사들의 자금력이 풍족하고 이미 발주된 물량은 사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이 된 만큼 발주취소 등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KOTRA 측도 "대다수 그리스 선사들이 파나마 등 해외에 편의치적을 하고 있어 생각만큼 그리스 경제 위기로 인해 국내 조선업이 받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편의치적은 선주가 세금과 선원, 안전규정 등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나라에 자신의 배를 등록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은행이 정상영업을 하지 않아 내수가 마비되고 유로존 잔류 여부마저 불투명해 그리스 국가 경제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을 감안하면 '낙관'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KOTRA 측은 "그리스 위기 장기화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회복이 더뎌질 경우, 국내 업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 국내 조선업종과 그리스 해운 시장 교류 및 그리스 디폴트 관련 영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