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히드라`와 달](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20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히드라`와 달")
2006년 지구를 출발해 명왕성을 향해 날아간 미국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9년여 간의 비행을 거쳐 목적한 바로 그 우주지점에 가 닿았다. 인류가 이뤄낸 최고의 기술을 담은 소형 자동차 크기의 이 우주탐사선은 총알보다 빠른 속도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한 정밀함을 갖추고, 명왕성의 모습을 온 인류에 생생하게 전송했다.
뉴호라이즌스가 영상을 보내오기 전까지 명왕성은 가장 강력한 천체망원경인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해도 수십 개 픽셀 덩어리에 그칠 정도로 미지의 상상 속 존재였다. 처음 외양을 드러낸 명왕성은 메탄과 얼음이 뒤섞여 고체가 된 메탄 얼음이 풍부하고, 생긴 지 1억년이 안 된 얼음산이 곳곳에 솟아 있었다. 40억년 전 형성된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다른 천체들에 비해 훨씬 젊은 모습을 보여줬다.
명왕성의 위성 중 하나인 '히드라'도 발견 10년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뉴호라이즌스에 찍힌 히드라는 찌그러진 감자 모양이었다. 히드라는 뉴호라이즌스가 우주로 향하기 직전인 2005년에야 천문학자들에 의해 발견돼 그동안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명왕성을 지난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담고 있는 '카이퍼 벨트' 구역을 거쳐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게 된다. 앞서 발사됐던 보이저 1호와 2호, 파이오니어 10호와 11호의 뒤를 따라 태양계 저편으로 향한 뉴호라이즌스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인류에 우주 개척의 '새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1930년 명왕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의 유골도 우주선에 실려 태양계 밖으로 향한다. 천문학자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미 애리조나주 로웰관측소에 일자리를 구했던 톰보는 망원경을 만들어 별을 관측하다가 1930년 2월 18일 명왕성을 발견했다. 이후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하고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시신을 태운 재를 우주로 보내달라는 소원을 남겼고, NASA는 그 뜻에 따라 뉴호라이즌스에 유골을 담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주를 꿈꾼 한 사람의 열정이 한 세기 후 수십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를 탄생시켰고, 우주의 숨겨진 영역을 밝히는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태양계 끄트머리에 위치한 명왕성의 위성 '히드라'에 다다른 뉴호라이즌스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구의 위성 '달'을 탐사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올해 정부 R&D 예산 배정이 무산됐지만 내년 예산은 아쉬우나마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달탐사선, 인공위성 등을 우주로 실어나를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혹자는 "선진국이 이미 마라톤 결승점에 도착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출발선에서 신발 끈을 매는 게 아니나"는 회의적인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우주는 포기할 수 없는 도전 영역이다. 뉴호라이즌스가 던져준 강한 인사이트를 체감하고, 한 인물의 평생을 건 열정이 1세기 후 어떤 결과물로 남는지를 목격한 만큼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여정에 우리나라도 동참해 역할을 하고, 그 여정에서 새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인류는 지상뿐 아니라 공중, 우주공간에서의 삶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산업과 기술혁신 측면에서도 우주는 중요성이 큰 영역이다. 열정적인 인재들이 나오고 끈기 있는 투자가 이어지도록 정책 추진과 토양 조성을 계속해 가야 할 것이다. 조급해 하지 않으며 망망한 우주로 다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뉴호라이즌스처럼 말이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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