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더 이상 `최저임금`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2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더 이상 `최저임금` 아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8.1%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다른 경제 변수들에 비해서 눈에 띄게 높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대에 그칠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은퇴자들에게 지급되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금지급액도 1.3% 증가에 불과하다. 최근에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2%대에 그친다. 이에 비해 지난 15년 동안 최저임금은 연평균 8.8%씩 올랐다. 1988년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제가 도입될 때 당초의 취지는 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해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급격하게 상승해온 최저임금은 강력한 소득분배 수단으로 바뀌었다. 파렴치한 정부와 정치권이 끊임없이 노동시장에 개입해서 이런 왜곡현상이 생긴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과연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을 개선하고 빈곤을 해결해주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저임금을 보고한 28개국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14위로 선진국들 중 중간 수준(中位數)이다. 최저임금을 단순 금액으로 비교하면 일본이 약 7300원, 미국이 약 8200원, 독일은 약 1만 2700원 등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내년에 6030원이 된다. 이쯤 되면 선진국에 비해 별로 손색이 없다.
앞으로 한국의 최저임금이 미국, 일본 등을 따라 잡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높은 최저임금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높은 최저임금이 일자리 특히 저임금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다. 높은 최저임금에 따르는 또 다른 문제점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즉 최저임금 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32만 명(전체 근로자의 12.4%)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을수록 최저임금을 못 받는 저임금 근로자의 수도 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저임금을 안주는 것이 아니라 못 주는 것이다. 이들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은 더 이상 최저임금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도덕적인 사람들은 임금이 오르면 근로자들의 이직이 줄고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저임금 근로자 뿐 아니라 그들을 고용하는 기업도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경제 전체로도 소비가 늘고 경기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노동 비용이 증가해서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가 양산된다면 최저임금제도의 보호를 받아야할 저임금 근로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식당, 편의점, PC방 등에서 일하던 '알바' 등 저임금 근로자들은 고용이 훨씬 불안해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부담할 수 없는 영세사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거나 감원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사실상 모든 기업의 최저 기본급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최저임금이 높게 책정되면 전체 임금이 덩달아서 오르게 되어 기업 이익이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한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이기적인 정치권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개선 및 소득분배 방식으로는 비능률적이라고 본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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