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610억원… 올해보다 138억 증액
감염병 조기감시 대응체계 구축에 100억 투입
감염병 조기감시 대응체계 구축에 100억 투입
두달 가까이 나라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신종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제2의 메르스'를 막을 감염병 연구개발(R&D)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확정한 '2016년도 정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감염병 관련 R&D 예산은 올해 472억원보다 29.4% 늘어난 610억원이 편성됐다. 전체 국가R&D 예산이 25년 만에 2.3% 감소할 전망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감염병 R&D의 중요성이 강조된 결과다.
예산 증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은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등 다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과제인 '감염병 조기감시 및 대응기반 확보' 사업으로, 약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실시간 감염병 원인 규명 기술 개발과, 부처 간 모니터링 및 질병정보 공유체계 구축을 통해 감염병 발생 시 4시간 내 신속 대응과 10일 이내 종식을 목표로 추진된다. 복지부는 '감염병 정보공유와 환류체계' 구축, 농식품부는 '가축 감염병 모니터링 시스템', 미래부는 '다중병원체 진단키트' 등을 개발한다. 전체 5년 사업 중 첫해인 올해 121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예산 심의과정에서 복지부 제안 내용만 받아들여져 20억원만 책정됐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른 부처 예산도 모두 반영되면서 예산이 크게 늘었다.
이밖에 기존 감염병 R&D 사업으로 복지부의 '감염병위기대응기술개발'과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관리기술개발연구', 미래부의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과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 등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국내 감염병 R&D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감염병 R&D는 주로 2009년 신종플루 확산 이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일부 바이러스의 발병 메커니즘과 백신 등 연구가 주를 이루고,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연구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감염경로와 메커니즘 등 신·변종 감염체에 대한 기반 연구와 더불어 조기검진, 백신·치료제 개발 등 보다 폭넓은 R&D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ICT 기술을 융합한 국가 감염병 실시간 위기대응 시스템과, 로봇·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병원 감염 방지체계 등을 갖춰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송대섭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실제 감염병 출현 시 대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연구가 부실하다는 게 매우 큰 문제"라며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와의 융합적 접근을 통한 해결방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열린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진단·백신·방역업계 대표 간담회에서는 신·변종 감염병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빅데이터 예측분석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분석시스템 구축 △진단키트의 신속 허가 시스템 △표준 바이러스 및 임상시료 보관기관 지정 △현장에서 20분 이내에 진단 가능한 분자진단 기술과 다중진단 키트 개발 △국제협력 등을 통한 백신 개발 및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양희 장관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긴급한 현안 대응에 있어서 과학기술과 ICT를 활용한 해법 제시가 중요하다"며 "산업계에서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은 정책 수립 및 추진 시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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