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기업이 날기 위한 조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2702102269727001[1].jpg "[발언대] 기업이 날기 위한 조건")
천혜의 자연환경에 살고 있는 호주의 토박이 동물들은 대부분 느긋하고 여유롭다. 그 중에는 로드 킬이나 다친 동물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면 부상을 입은 새들 속에서 다리가 부러진 녀석들은 쓰러졌다가 금세 날아가고 날개가 부러진 새는 주저앉아 퍼덕거린다. 새의 핵심은 '날다'이고 기능은 '날개'이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 외 46조원을 풀고, 올해 추경 22조원을 공급한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자금은 기업의 연구개발, M&A, 시설확충 등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비생산적인 영역에 집중되면서, 결국 '고용없는 사회'로 동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호숫가에 쓰러져있는 '날개 부러진 오리'는 커녕 '다리 부러진 오리'조차 놓칠 판이다.
기존 고객층에 둘러싸여 명맥기술(sustaining technology)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날로 존재가 미미해지기 마련이다. ICT가 갖고 있는 불확실성, 복잡성, 고비용성, 짧은 상품주기 그리고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을 받아들일 수 없는 기업문화라면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기 전에 정부와 기업 모두 서둘러 바꿔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혁신적 사고다. 사람이 달을 구경하던 시대의 불편함을 망원경을 발명해 달래고, 생각을 바꿔 아예 달나라로 여행을 가는 생각을 하니 곧 현실이 되더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일례로 공공정보화시장의 경우 사업 발주시점은 일정하지 않은데 종료시한은 12월 31일까지라는 조건이 붙는다. 업체는 이 조건에 맞추려면 인력을 다른 사업에 투입해 다양한 기회제공과 기술 향상을 위한 교육보다는 발주라는 '기다림'에 묶어놓느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공공사업에 대한 발주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원하고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 등 감시기능만 철저하게 강화하면 될 것이다. 정부와 업체 모두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공공정보화 수·발주 제도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엔젤투자의 활성화다. 우리나라의 엔젤투자는 법정 주식보유기간, 배당소득세·양도소득세 강화, 벤처투자조합 정부승인 등 중첩된 규제로 연간 300억원대에 불과해 미국의 0.1%에도 못 미친다.
셋째 핵심에 집중하는 사업을 선별 육성해야 한다.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확실한 비즈니스모델(BM)을 갖고 있는 기술기업을 선별, 집중 육성해야한다는 말이다. 모두 함께 험한 길을 가다가 전멸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덜 중요한 것'은 버려야 하는 선택이 필요한 때다. 물론 의사(정부)는 비록 부러진 날개(기술)를 갖고 주저앉아 있더라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출중한 새가 섞여 있다면 살려야 하지만 말이다.
김숙희 솔리데오시스템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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