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신기술 등장과 정책적 대응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30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신기술 등장과 정책적 대응법")
경제학자가 물가를 잡기 힘들 듯 새로운 기술도 뿌리내리기 어렵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기술의 발전으로 항상 새로운 제품과 기능이 뚝딱 생겨나고, 거기에 걸맞는 신규 일자리와 시장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늘 그러하지 못하다.
물류판도를 바꿀 것이라 기대했던 RFID, 4G의 디딤돌이었지만 배척당한 와이브로(Wibro)는 물론이고, IPv6, 로봇기술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전기자동차에 드론, 빅데이터, IoT까지 눈만 뜨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누구나 중요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렇지만 이들 신기술 역시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을 것이다.
드론은 국내 항공법상 12Kg, 지상 150m 이내에서만 허용된다. 위법시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1~2인승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 역시 국내 출시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계획한 시범운행이 불발됐다. 트위지가 국내 차종 분류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고, 국가 안보가 앞서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지만,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존 시장의 장벽,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법제도의 제약 등으로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고 있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최선일까.
신기술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야기되는 제반 사회·경제·문화·법제적인 문제들을 놓고 결정자들이 신기술의 발전이나 추세에 대해 좀더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공익 우선으로 심사숙고했으면 한다. 길면 짤라 버리고 짧으면 늘려 죽이는 현대판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인가. 보다 유연성은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신기술의 대응으로 우리가 얻어 낸 성과를 살펴봐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늘 시작은 최초이나 곧 시장에 끌려가고 결국은 외산을 도입해야 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시각에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신기술의 도입을 기술과 국익에 우선하기보다 특정다수의 이익에 우선해서 선점하고 저지하려는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권을 두고 밀고 당기다가 항상 실기를 하고 있다. 설사 힘의 우위로 뜻을 관철시켰다고 해서 계속 점유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기술 트렌드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수년 내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자정의 힘으로 다시 최적의 답으로 회귀하게 되어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님비에는 보상을, 핌피에는 부담을 지우는 원칙을 적용하면 될 것이고 훗날 역사가 판단할 수 있게 주장한 사람들의 명단을 적시해 두면 될 것이다.
둘째, 새로운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정부가 신기술의 촉진을 지원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바를 충족하는데 기술과의 결합이 국익에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억지로 신기술에 끼워 맞추거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시범사업, 먼저 개발하고 나서 시장을 쳐다보는 우를 범하게 되어 집중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결과물에 대해 시장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연성을 갖고 적극 수용하되 아닌 것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신기술'은 우리기업과 산업,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고용창출과 경제 살리기가 없으면 시장에서 자연히 퇴출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 정보통신기술 부문의 경쟁력이 빛을 발하려면, 어느 특정단체의 이익에 치우친 기술보다는 공익이 우선되어야 하고, 나아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유연한 정책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스마트러닝산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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