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핀테크와 `금융의 캐주얼화`](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3002102351607002[1].jpg "[DT광장] 핀테크와 `금융의 캐주얼화`")
2011년 9월, 페이스북, 에어비엔비, 트위터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큼 유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업계의 구루인 마크 안데르센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라는 일종의 선언을 했다.
영화에서부터 농업 나아가 국방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주요 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운영되고,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 제공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모든 산업의 벨류 체인의 구성 사업들도 결국 소프트웨어에 의해 운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제 오프라인 리테일 지점이 많은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온라인 웹싸이트가 하나 있는 아마존의 그것이 앞질렀고,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 사업을 하던 블록버스터를 넷플릭스가 무너뜨렸다. 가장 유력한 주요 음악 배포사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기업이며(애플의 아이튠즈, 판도라 등), 오늘날 가장 큰 직접 마켓팅 플랫폼인 구글, 페이스북 등도 모두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해당 산업에서 가장 큰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은 모두 소프트웨어 회사들인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프트웨어가 주는 본질적인 혁신성-자동화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력-으로 인해,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당 산업에 새로운 종류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기존의 기업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이기 때문에 절대 우위의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핀테크(Fintech) 역시 소프트웨어가 기존 산업을 '먹어치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금융은 온라인 결제나 파생상품 거래 등 많은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분야이나,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에 따른 Always online 환경, 그리고 빅데이터 기술이나 행동패턴인식기술 등을 통해 가능해진 새로운 신용평가 방법과 보안인증 방법들은 새로운 종류의 혁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들은 점점 금융을 다루는 회사들이 뼈속부터 소프트웨어 회사이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해외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개인과 개인간(P2P) 대출과 같은 비즈니스의 경우, 이런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 것은 비대면 상태에서도 빠르게 신용도를 평가하여 디폴트를 줄여주는 신용 평가 기술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기술은 In-house 개발자들이 자율적인 문화 속에서, 협업이 잘 될 수 있는 조직 구조 속에서 개발될 때 상용 활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될 수 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개발자가 출근하여, 상부에 업무보고 할 것 없이 제품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개발하는 모습이 지금의 국내 금융기관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개발자들이 지금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해외 유수의 핀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훌륭한 기업 문화인 까닭이다.
소프트웨어가 기존의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고, 새로운 형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자, 최소 반세기 이상 지속될 시대정신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의 금융 회사나 소프트웨어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숙명을 따르는 일뿐일 것이다. 결국 금융은 지금보다 더 캐주얼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금융의 캐주얼화는 결국 금융 소비자에게 유래없는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보다 정교한 신용 평가 기술을 통해 기존에 대출을 받을 수 없던 소비자나 법인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보다 엄격한 보안 인증 기술을 통해 온라인에서의 사기 거래를 현격히 낮출 수도 있게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사실 이 모든 거대한 변화 물결의 제1원인이기도 하다.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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