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디지털 음악시장이 성장하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0602102369795001[1].jpg "[DT광장] 디지털 음악시장이 성장하려면")
한 후배가 물었다. "정말이지 요새 O2O 사업 얘기 식상하고 지겹지 않아요?" 스마트폰 시대가 오지 않았다면 나 역시 새롭지 않은 것들을 묶어서 새로운 용어로 포장한 것 같아 O2O 서비스가 소개될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PC웹 시대에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를 바라보며 '저 수많은 집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알릴까'라는 고민을 했다면, 스마트폰 시대에는 길거리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인터넷에 연결된 개체로 보인다. PC웹 시대에는 쓸 수 있는 컴퓨터의 숫자와 그 컴퓨터를 사용할 사람의 숫자, 그리고 그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이제는 전 인류 한 명 한 명의 몸에 보이지 않는 인터넷 선이 꽂혀 있는 셈이니 O2O 서비스의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투데이와 밴드 등 이전에도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여럿 만들어보았지만, 국내 최초로 '비트'라는 광고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면서 몸소 이런 변화를 느끼며 놀란다.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로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들이 서비스에 유입되는 속도가 새삼 놀랍고, 스마트폰에 MP3 파일을 복사해서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스트리밍 방식으로 합법적으로 음악을 '주입'하는 모습이 마치 MRI 혈관조영 사진을 떠올리게 해 혼자 웃는다. 하긴 서비스 첫 달에는 한 달에 몇 천 곡을 재생했는데 지난달에는 몇 억 곡을 재생하며 10억여 원을 음원 사용료로 지급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커피 한잔에 오천 원은 쓰면서, 음악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음악을 구매함으로써 아티스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라."는 영문 포스터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2015년 대한민국 음악 스트리밍 사용료 징수규정은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부과하는' 모델만을 담고 있어 아직 저 옛날의 이 포스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도하던 대한민국 음악 산업 정책이 이제 글로벌 트렌드에서 한참 뒤처진 모델만 담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필자는 사람들을 만나면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를 잠식하지 않으며 동반성장을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 그나마 지키고 있던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이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음악인들의 우려는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사실은 어떨까. 일찍이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 잡은 해외에서는 두 서비스가 각각 39%씩 동반성장 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국내 역시 저작권 단체들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디지털 음악시장 규모가 월정액제 가입자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보니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음악시장은 더디게 성장하고, 음악인의 수입은 적다는 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이용료를 높이면 기존 가입자가 떨어져 나갈 수 있으니 이건 건드리지 말고 음악인에게 돌아가는 수익 분배비율을 높이자는 얘기가 나온다. 600만 명 선에서 더디게 늘어나고 있는 시장 파이만 바라보고 있으면 이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인류가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그리고 스트리밍 방식으로 듣게 된다는 메가트렌드를 생각하면 우리는 엄청나게 커질 이 시장의 시작점에 서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메인스트림이 아닌 음악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새로운 음악 서비스 하나가 대한민국의 특정 음악 장르 애호가의 비율을 바꾸는 건 매우 힘든 일이지만, 4100만 스마트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 청취자 규모를 만들어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똑같은 5%라고 해도 전체 청취자가 6백만일 때의 5%와 3천만일 때의 5%는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평범한 한 아침, 처음으로 선보인 신인가수의 노래가 수천만 대의 스마트폰에서 스트리밍 되면서 단번에 인지도와 음원 수입을 올리게 되는 모습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닐 때가 오리라 믿는다. 음악인으로서의 인기도는 무한도전 가요제가 아니라 음악 서비스로부터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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